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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가정폭력방지법, 왜 제정되어야 하는가사회 의식 변화, 제도적 장치 필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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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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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딸의 기구한 삶을 보다 못해 사위를 살해한 이상희 할머니. 어머니 대신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해 17일 동안 옥살이를 한 딸 정미숙씨. 이 ‘비운의 모녀사건'은 우리에게 다시금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이번 사건은 살인범이 뒤바뀌는 극적요소와 가정의 달이라는 시기가 맞물려 더욱 더 사회에 동정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남편으로부터,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이고 잔인한 폭행을 당하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당사자를 살해한 사건이 얼마나 많았는가. 17년 동안 남편의 폭력과 변태적 성행위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김명회,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온 어머니를 보호하다 아버지를 살해한 전경진, 매맞는 아내가 구타남편을 살해한 최현옥씨. 이들은 모두 지난 95년 한해 동안 가정폭력으로 인해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0년 가까이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받았고, 자신들이 참다못해 도망나와 별거하거나(도망가면 구타자는 끝까지 찾아다녀 괴롭힘) 경찰에 신고하는 적극적인 대처 방법을 스스로 찾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우리사회는 그동안 수없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법정에 가해자로 세우는 모순된 현실을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가정폭력은 저학력, 저소득층에서만 일어나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나며 그 피해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한국여성의전화」 95년 하반기 전화상담통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71.4%의 여성이 결혼한지 1년안에 구타를 경험하고, 처음에는 뺨 한대 등 가벼운 구타로 시작되지만 점차 심한 폭력으로 되는 경우가 38.1%에 이른다. 또한 송곳, 가위, 담배불, 후라이팬 등과 같은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 26.4%로 점차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 나타는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구타 방법이 갈수록 잔혹해진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구타남편은 칼, 각목, 허리띠 등을 비롯해 심한 경우, 낫, 도끼 등으로 아내와 자녀를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되어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피해여성 중 진단서를 끊는 경우 2∼3주가 보통이며 심한 경우는 장파열, 유산, 고막터짐, 온몸에 문신 등 피해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타 남편은 자녀까지 함께 때리는 경우가 64.4%나 된다. 이는 폭력의 대물림이며 폭력의 학습, 악순환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정폭력은 외부로 드러내기 보다는 가정내에서 처리해야 한다'(75.4%, 92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정폭력을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고 단순한 부부싸움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폭행당해 고소하는 등 형사상의 처벌을 원하면 당연하나 남편을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하면 ‘집안일', ‘그럴수 있는 일', ‘경찰이 그렇게 할 일이 없냐'며 돌려보내는 것이 다반사다. 이상희 할머니 사건의 경우 사건발생 직전에 이웃이 경찰에 신고 했으나 경찰은 '집안일'이라며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이렇게 가정폭력은 철저히 가정내에서 개인이 알아서 처리할 일로 여겨졌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정폭력방지법'의 기본 방향은 ‘가정내의 학대 당하는 아내, 아동, 노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 뿐 아니라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궁국적으로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를 보호한다는 사회연대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즉, 가정폭력의 예방을 위해 사회적 의식과 규범을 개선하거나 완화하는 국가적 책임이 중요하다. 또한 폭력 발생시 법의 조기개입으로 현재의 문제를 치유함으로써 문제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피해자를 폭력상황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가해자에 대한 즉각 격리명령은 필수적이다.

  끝으로, 법 제정뿐만 아니라 “내 마누라는 내맘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냐",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는 가부장적 의식이 근절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한 아무리 강력한 법이 제정된다 해도 가정폭력 근절이 요원하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방지법이 “올바로' 제정되어야 한다. 최근 「신한국당」에서는 가정폭력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선포했다. 「신한국당」은 선심용 졸속 입법이 아닌 이 법의 제정으로 많은 혜택을 누려할 피해자(여성, 노인, 아동)들은 물론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여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서명운동, 홍보물 제작, 정당초청 간담회, 시민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진행하고 있다. 법 제정 운동을 통해 가정폭력의 실상, 올바를 대처방안 등이 범국민적으로 공유되고,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폭력없는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가정폭력방지법에 적극 동참을 호소한다.

/ 남충지(한국 여성의 전화 홍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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