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학기에 북경에 있는 중앙민족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당시 공항이 크고 깨끗해 놀랐던 것과 공항임에도 영어를 할 줄 직원이 많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중앙민족대학은 픽업을 따로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중앙민족대학 기숙사까지 택시를 타고 동문 기숙사로 이동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택시 기사와의 소통 오류로 서문 기숙사에 내리게 돼 동문 기숙사까지 많은 짐을 들고 힘들게 이동했다. 어렵게 도착한 동문 기숙사에서는 자리가 부족하다며 도리어 서문 기숙사로 이동하라고 했다. 전에 다녀왔던 우리 대학 학우들이 살았던 동문 기숙사에 그대로 지낼 것이라 예상하고 서문 기숙사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지 못해 당시 매우 당황했었다.

서문 기숙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개통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큰 짐을 맡기고 학교 내에 위치한 통신사로 이동했다. 하지만 유심 하나를 구매하기조차도 힘들었다. 전단지는 전부 중국어로 되어 있고, 교환학생을 떠난 우리들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부족한 중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우리는 데이터가 몇 기가인지 등 자세한 정보를 묻지 못하고 4개월짜리 유심을 구입했다. 하지만 같이 간 3명 중 1명은 오락가락 했고, 나는 아예 안됐다. 아무리 껐다 켰다 해보고 유심을 다시 껴 봐도 안돼서 매우 답답했었다.

답답했던 마음을 안고 일단 학교 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서류와 여권을 들고 줄을 서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 거의 2시간 정도 걸렸다. 끝나자마자 동문 기숙사에 맡긴 짐들을 가지고 통신사에 가 유심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통신사는 유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휴대폰 문제라고 돌려보내려고 했다. 2명이 나와 같은 휴대폰인데 나만 안 된다고 말을 해도 듣지 않아 정말 화도 나고 답답했다. 결국 짐을 먼저 풀기 위해 서문 기숙사에 가 기숙사 등록을 한 후 짐을 풀고 장을 보러 갔다. 다행히 한국인 분이 큰 마트와 음식점을 추천해 주셔서 장을 보는 것은 잘 해결했지만, 첫 날의 힘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휴대폰은 3일 동안 되지 않았고 매일 찾아가서 유심 불량인 것 같으니 바꿔달라고 말했지만 애플에 전화해서 따지라고 하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그런데 중앙민족대학 옆에 있는 외대에 현지교육을 온 친구들이 자신들도 3일이 지난 후부터 유심이 잘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4일째 되는 날 반신반의 하면서 해봤는데 정말 돼서 방에서 소리를 질렀다. 인터넷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느렸지만 된다는 것에 정말 감사했다.

이제 문제는 기숙사 와이파이였다. 공유기를 챙겨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인터넷비를 내는 게 문제였다. 인터넷비는 밥 카드(飯卡)를 충전해서 기숙사 일층에 있는 기계로 내야 했다. 그런데 밥 카드가 없으니 충전을 할 수도 낼 수도 없었다. ‘금방 주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주지 않았다. 다른 방들은 룸메이트가 이미 학교를 지난 학기부터 다니고 있어서 밥 카드도 있고, 충전을 해놓은 상태라 쓸 수 있었지만, 우리는 학교에서 같이 간 3명이 방을 썼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 거기다 데이터 양이 가늠도 안됐고 금세 달아서 2주도 안 돼 요금을 다 썼다. 충전을 하려면 ‘위챗’에 있는 지갑에 돈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중국 계좌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지난 학기부터 다녔던 다른 학교 한국인이 도와줘 요금을 쉽게 충전할 수 있었다. 밥 카드가 나올 때까지는 데이터도 아껴서 쓰고 카페에 가서 와이파이를 이용하곤 했다. 가끔은 외대 친구들 기숙사에 놀러가 와이파이를 이용했다.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북경 생활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우선 방이 굉장히 좋았다. 다른 방은 방이 두 개로 나눠져 있었지만 우리가 썼던 방은 큰 방 하나에, 화장실도 다른 방에 비해 넓은 편이었다. 하지만 화장실 벽 천장에 있는 물통의 물을 다 쓰면 찬 물이 나오는 것은 단점이었다. 주방엔 조리기구가 없어서 타오바오로 인덕션과 프라이팬 등 조리 기구를 사서 요리를 해먹었다. 수돗물이 더러워서 항상 생수로 요리를 하느라 물 값도 들었지만 찝찝한 것 보다는 나았다.

북경의 물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학교 식당과 근처 음식점들, 과자, 간식, 과일 등 먹을거리는 정말 저렴했다. 그래서 과일을 항상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곤 했다. 중국 음식이 잘 맞지 않아서 간식과 과일, 과자 등을 많이 사먹었다. 기름기가 많아서 세 끼를 중국 음식으로 다 먹으면 속이 좋지 않아 기숙사에서 요리해 먹거나 한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한국 음식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중국 음식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었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 한국인을 안 좋게 본다는 말이 있어서 겁먹었지만 위협을 가하는 사람이 있진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고 신기해하며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점점 편하게 다녔다. 그래서 처음 한 달 반 정도는 방과 후에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북경은 관광지 같은 느낌은 덜 했지만 좋은 곳이 많았다. 높은 건물도 없어서 하늘이 가려지는 데 없이 잘 보였다. 특히 만리장성이 기억에 남았다. 만리장성이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예쁘고 신기해서 사진을 많이 찍었었다.

북경에서 제일 최악을 꼽으라면 미세먼지였다. 12월 중순 즈음부터는 미세먼지로 인해 북경이 아예 회색도시가 됐다. 한 사나흘동안 미세먼지 수치가 400~500㎍/㎥ 정도 돼서 자체휴강을 하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 후로 한동안은 공업용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다. 그 당시 꼼꼼하게 클렌징을 해도 까만 거품이 한가득 묻어 나오고, 코를 풀면 까만 콧물이 나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눈이 좋지 않아 렌즈를 꼈었는데 미세먼지로 눈이 너무 아파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정말 두 번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았던 북경 생활이었다. 한 학기동안 북경에서 지내면서 한국에서는 못 느끼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의 언어, 문화를 직접 보면서 배우니 훨씬 이해도 잘 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또 여러 나라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얘기를 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까지도 조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최 청 은(중국ㆍ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