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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문화권에서조차 폭넓게 소비되고 밀21세기 지구촌을 제패한 ‘1등 작물’, 지구온난화로 밀 경작지는 계속 늘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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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4  1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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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로 러시아의 농경지는 계속 늘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 1위의 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진은 러시아의 밀 농장의 전형적인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쌀과 밀은 전 세계 인구의 70%를 먹여 살리는 귀한 곡물이다. 게다가 벼를 도정하고 밀을 제분하면 나오는 쌀과 밀가루는 모두 하얀 색이다. 귀한 작물이 색깔마저 하야니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천사표 작물’인 셈이다. 그런 쌀과 밀을 옥수수와 함께 ‘문명 작물’로 부르는 이가 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역사를 밀과 쌀, 옥수수의 문명사로 구분해 인류 문명의 발달을 사유한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지구촌을 제패한 진정한 곡물은 3대 문명 작물 가운데에서도 밀이라는 생각이다. 이유는 쌀 문화를 꽃피운 아시아에서조차 밀은 상당히 많이 섭취되는 보편 작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 대만과 홍콩 등 이미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먹거리로 쌀과 함께 밀을 식탁에 올려 놓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생활 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조만간 밀의 소비 대열에 본격적으로 가세한다면 쌀 문화권은 그야말로 밀의 대대적인 공세로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필자의 하루 식단만 보더라도 아침은 항상 빵과 커피로 구성되고 있다. 자주 그렇듯이 오늘 아침에도 M 햄버거 체인점의 아침 메뉴로 소시지 에그 머핀과 감자를 갈아 튀긴 해쉬브라운을 선택했으며 점심에는 샐러드와 치즈 빵, 스파게티를 먹었다. 점심의 경우에는 항상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며 이탈리아 식당에서 진행된 외부 회의에 참석하다보니 부득불 그렇게 됐다. 평소에 점심으로 주로 택하는 음식은 라면이나 육계장, 짜장면 등과 같은 국수류이다. 그리고 저녁은 보통 생선 구이에 현미밥을 챙기니 쌀을 먹는 경우는 저녁이 유일할 때가 많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만일, 중국과 인도까지 밀의 소비에 가세한다면 세계의 밀 생산량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다행히 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있다. 온실 효과로 인해 갈수록 따뜻해지는 지구가 인류에게 결코 모자라지 않는 밀 경작지를 선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경학계 등에서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야기로 지구 온난화의 최대 수혜자는 북극권 국가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있다. 관련 자료를 뒤져보니 세계적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2020년대까지 유라시아 지역 기온이 매년 1.8도 오르고, 2050년부터는 속도가 빨라져 매년 3.9도씩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북극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하나 러시아를 비롯해,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3국, 아이슬랜드 등 북극 한대권에 속한 나라들은 모두 지구 온난화에 따라 주거 환경이 더욱 개선되는 것은 물론, 거주지와 경작지 또한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는 실제로도 농토가 매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닌 곳도 러시아요, 영토의 대부분이 냉대와 한대로 뒤덮여 있는 곳도 러시아인 까닭에서다. 그리하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영토의 0.1%를 농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단순히 가정해 볼 경우, 러시아의 농업 잠재력은 그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참고로 러시아의 영토는 1억 7천 10만km2로 세계 1위이며 러시아 영토의 0.1%는 남한 면적에 해당하는 10만km2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전체 국토의 13% 수준인 농경지 면적이 2020년까지 24.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한때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이었던 러시아가 조만간 미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밀 수출국이 될 것은 자명하다. 더불어, 러시아가 밀을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며 세계 곡물 시장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20세기에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받은 밀 원조의 상황은 180도 역전될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집고 넘어가자면, 세계를 제패한 1등 작물이라고는 하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쌀이나 옥수수보다는 많이 떨어져 인구 부양력은 오히려 낮은 것이 밀이다. 이른바 ‘수퍼 곡물’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세계 평균으로 볼 때, 쌀의 생산량은 헥타르 당 4,000kg 가량으로 핵타르 당 3000kg 가량의 밀보다 30% 이상 높다. 물론 쌀과 밀은 재배 지역의 기후나 기술 등에 따라 단위 면적당 생산량 편차가 심한 편이라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농업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헥타르 당 밀 생산량은 전 세계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그래도 기계화가 된 상태에서는 쌀보다 밀의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훨씬 높다. 쌀은 넓은 면적에서 재배하기가 어렵고 농작의 기계화가 어려우며 수확 이후의 보관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면, 밀의 경우는 파종에서부터 제초는 물론, 수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기계로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혼자서도 커다란 농토를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밀 문화권에서는 노동집약적이기에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쌀 문화권에 비해 개인주의가 발달하기 쉬웠다는 가설도 있다.

더불어, 서구권이 타 문화권에 비해 기계 문명을 고도로 발달시킬 수 있었던 원인 중의 하나로 밀의 또 다른 특성을 꼽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쌀은 벼의 껍질을 벗겨내기만 하면 된다. 반면, 밀은 껍질을 벗긴 밀알을 다시 가루를 만들어서 여기에 물을 넣고 반죽해야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밀가루를 만드는 것이 수작업만으로 대단한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에 밀을 주식으로 하는 곳에서는 풍차와 방앗간이 크게 발달해 왔다. 밀을 수확한 이후에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서 그것을 반죽하고 굽기 위해 풍차와 방앗간처럼 정교한 기계 장치가 발명되었다는 것이다. ‘식전-팬더곰의 밥상견문록’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성경에는 유대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해 시나이 반도의 광야에서 아사 직전에 몰렸을 때, 하나님이 ‘만나’라는 기적의 음식을 내려주셨다고 한다. 비록 종교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을 통해 이 ‘만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팔자의 입장에선 오늘날 서구 문명에 풍요를 가져온 밀이야말로 하나님이 유럽에 선물한 ‘만나’라는 생각이다.

그럼, 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하고 다음 주부턴 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빵 없인 못 사는 필자의 ‘만나’ 이야기 말이다.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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