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조직 개편이 불통의 벽에 갇혔다. 행정 업무이자 여러 차례 소통했다는 학교와 존중 받지 못했고 결과를 통보받았다는 학생의 의견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지난 25, 26일에 열린 학사조직 개편 설명회에서 학생들은 불통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학사조직 개편이 소통의 부족에만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개편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 문항을 돌아보면 ‘이번 학사조직 개편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학교에서 진행해왔다. 이에 대한 의견을 서술해달라’다. 문항에서부터 결론은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엉터리 설문은 거짓말보다 더 나쁜 것. 얻고자 하는 문항의 높은 답변률을 얻었지만 이는 소위 표본추출의 오류다.

양일 진행된 설명회에서 학생 대표자들의 질문은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발표 장소만 바뀌었을 뿐 판박이 수준의 경고와 발표, 성명서에 빠진 말은 되풀이됐다. 과거에 진행된 개편의 문제점까지 들어가며 천착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개편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격변의 불씨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그 안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부터 돌아봐야 할 때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때다. 사과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제도는 종종 현실과 충돌한다. 이럴 땐 현실이 먼저다. 개편의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엄중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포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자리박참과 고성은 분노를 표현한 방법일 뿐 개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노력한 결과는 결코 아니다.
학생 대표자는 학생 여론의 대변자로서 학생의 손과 발이 되어줘야 한다. 사과에 고집을 부릴 게 아니라 좀 더 겸손하고 폭넓게 귀를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