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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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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9  11: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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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인가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 때문에, 학점을 따고 졸업해야 하니까, 자격증이 필요해서.... 그런데 그 공부가 지적 호기심도, 학점도, 자격증도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면 좀 흥미롭지 않은가? 페미니즘(feminisms)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공부해서 상을 받거나 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도 페미니즘을 읽고 토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남성도 있다. ‘페미니즘이라면 무섭고 쎈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거나 남녀가 싸우게 만드는 이론일 텐데 공부를 하다니 왜?’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오해와 거짓 주장이 있지만 페미니즘처럼 잘못 알려지고 오해투성이인 이념은 드물 것이다. ‘가짜뉴스’처럼 왜곡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고 학생들이 접하는 정보의 적지 않은 부분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주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라’는 메시지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여성은 늘 주변인의 자리에 있었다. 한 집단, 한 가족 안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들을 보조하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주변적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자고 권한다. 그래야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어떤 사회가 민주적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을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생물학적/사회적 문법을 비판하는 학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어떤 부족사회에서는 사람을 ‘여성’ ‘남성적 여성’ ‘여성적 남성’ ‘남성’ 그리고 ‘양성적 인간’이란 다섯 개 범주로 구분한다. 어떤 범주화가 더 타당한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남/녀의 이분법이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의 하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던져지는 이분법과 그로부터 형성되는 갈등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우리는 생물학적 남성/여성과 사회적 남성성/여성성이란 구속에 갇힐 필요가 없다.

셋째, ‘모든 혐오를 거부하는 사상’이다. 세간에 떠도는 오해 중 하나가 ‘페미니즘은 남혐(남성혐오)’이라는 생각이다. 혐오란 힘을 가진 다수가 근거 없이 특정 집단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감정이며 오랜 역사를 가진 일종의 집단의식이다. 그 대상이 외국인이든 동성애자든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대부분의 사회에는 문화적 코드로 내재돼 있다. 페미니즘은 내용을 불문하고 어떤 종류의 혐오에도 반대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으므로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 때문이다.

당신이 비주류나 약자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남/녀의 이분법에 갇히고 싶지 않다면, 혐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페미니즘을 공부하기를 권한다. 페미니즘은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속에서 벗어남으로써 주류/비주류, 우리/그들의 이분법을 해체해가려는 운동이다. 그 어떤 구속에서도 벗어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으며 내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 살고 싶다면 부디 페미니즘을 공부하시길. 우리는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다.

/신경아 (사회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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