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칼럼] 맺을 수 있어 아름다운 인연, 2년
전형주 편집장  |  jhj4623@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09  13:22: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인연. 진하고 뜨겁게 당신을 만났다 헤어진다. 어느새 해는 기울어 사위가 어둑한데, 돌아갈 채비를 다 못해 아쉽기만 하다. 익숙한 곳을 지나며 고개를 자꾸 돌린다. 네게서 좀처럼 눈을 떼질 못하겠다. 퍽 다정했던 순간순간이 밟힌다. 그래도 가야겠지. 한 발짝씩 걸어 나가야지. 인연은 분명히 맺을 수 있어 더 아름다울 게다.

2016년 가을. 선배는 내게 기자를 해보라고 권했다. 평소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던 ‘한림학보’에서 근무를 하란다. 사양할 이유도 없었지만 해야 할 이유도 마땅치 않았다. 기억도 세월에 풍화되는 것이어서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나는 완전히 무르익기까지 나서지 않겠다는 설익은 완벽주의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완전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청춘은 다치는 데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과정이 아닌가.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한림학보에 입사했다. 아마 630호 즈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던 같다.

알고서는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던 일들이 있다. 알지 못해 쉽게 대면했던 일들. 당장이 급하고 헤쳐 나간다는 생각도 못한 채 버텨냈던 일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는 사이 극복해졌던 일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모든 것은 외려 그렇지 않았다. 특히 관계가 그랬다. 편집장에게 퇴고를 받으면서 사소하게 툴툴댔던 날도, 역으로 퇴고를 하다 쓸데없이 날을 세워 누군가 마음을 상하게 했던 날도 있었다.

미주알고주알 들여다보면 관계란 저마다 운 좋게 짜 맞춰지면서 유지되는 듯하다. 혹은 서로가 머리를 싸매가면서 노력하거나 말이다.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르는데 끝끝내 참아내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다. 하지만 주로 무얼 갖고 그리 이야길 나눴던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은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용보다는 뭔가를 공유했다는 ‘물리적인 실감’이 중요하니까. 이야기는 영혼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을 가장 뿌리에서부터 이어준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나’에 대해 말하려 했다. 알게 모르게 같은 맥락에서 분노했고, 웃었고, 울었다. 보다 차분하게 학보를 살폈으면 어땠을까. 치기 어리고 뜨겁기만 했던 순간엔 이토록 담담한 인간관계를 알지 못했다.

어렵사리 2년간의 발행을 멈추려한다. 살다보면 마땅한 이유 없이 잃어야 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있다. 이곳에서 그간 맺은 모든 인연이 그렇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야 하고 내려놓아야 할까. 잘 모르겠다. 다만 작금 이 끄트머리에서 집착은 하지 말아야겠다. 인연은 맺을 수 있어 더 아름다운 것이니.

곱씹을 만한 추억거리를 안겨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을 던지며 킥킥댔던 순간들, 시답지 않은 일로 서로를 긁어댔던 순간들, 금방 다시 숨을 끊어뜨리듯 웃었던 순간들. 모든 순간순간이 그리울 것 같다. 그냥 가끔, 당신들이 그리울 것 같다.

새로운 시작에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집만치 아늑하고 익숙한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며. 

 

 
   
▲ 전형주 편집장
 
 
전형주 편집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올해의 한림인’, 한자리에 모이다
2
소속변경ㆍ복수전공 및 전공배정 신청 25일까지
3
[한림의 천사를 찾아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채워주는 ‘채움천사’
4
우리 대학 글로벌협력대학원, 세계를 향해 ‘약진 앞으로’
5
정행인의날:빛과밤 ‘동문멘토링’ 인기
6
대학생 2명중 1명 아침식사 걸러
7
내년 총학ㆍ동연 회장단, 각 두 팀씩 출마 ‘각축’
8
단과대학선 인문대 등 2곳만 두팀간 경쟁
9
[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식인 풍습에서 인류 구원해준 고마운 닭 매년 600억 마리 도축되는 최고 단백질원
10
[한림원] 인슐린에 의한 간암세포 성장 촉진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찬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