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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소와 관련된 동물 속담이 유난히 많은 한국광우병 파동에서 보듯 21세기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정치, 경제 등에서 중요한 매개물로 역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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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9  13: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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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경복궁쪽으로 행진하려던 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콘테이너를 동원해 광화문로 일대를 막은 장면. 콘테이너 뒤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보인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서는 이집트와 인도, 중국에서 소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차례다.

우리네 조상들 역시, 소를 귀하게 여겼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예가 속담을 통해 들여다 본 소의 중요성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속담으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소 귀에 경 읽기’도 실생활에서 자주 인용되는 속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에도 ‘소 굿하는 소리 듣듯’이라는 유사 속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와 비슷한 의미의 ‘소 대가리에 말 꼬리를 달아 놓은 격’이라는 격언도 있다. 이와 함께,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는 속담도 있다. 행운의 정도가 대단히 강함을 의미하는 이 속담에서는 12지간의 첫째 자리를 뺏긴 소가 마치 한풀이를 하듯 쥐를 앞걸음도 아닌 뒷걸음으로 잡는 필연 같은 우연을 선보이고 있다.

참, ‘소 닭 보듯 한다’라는 속담도 일상 생활에서 종종 들려오는 대상이다. 더불어 ‘소 팔아 닭 산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귀중한 것의 대명사는 소요, 저렴한 가축의 대명사는 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여기에서도 12지간의 앞쪽에 위치한 소와 뒷부분에 위치한 닭의 사이 역시 매끄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속담 공부를 하면서 익혔던 또 다른 예로는 ‘소나기는 오려 하고, 똥은 마렵고, 괴타리는 옹치고, 꼴짐은 넘어지고, 소는 도망간다“라는 긴 것도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와중에 똥이 마려워서 짚단을 짊어진 지게를 내려놓고 지겟작대기에 받친 다음, 끌고 가던 소를 지겟작대기에 묶어 놓은 상황. 그런데 허리띠에 해당하는 괴타리는 끈을 잘못 푸는 바람에 오히려 뭉쳐서 바지를 내릴 수가 없고, 이 와중에 지게가 넘어지며 덩달아 묶였던 끈이 풀린 소는 도망가고, 하늘은 이제라고 막 소나기가 내리려는 형국이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몰려오는 상황의 전형인 셈이다. 그러한 장면을 상상해 낸 우리네 조상들의 기지도 기지이지만 해당 광경을 상상만 해도 우습지 않은가?

각설하고, 영어에서 소와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니 소를 뜻하는 ‘cattle’(캐틀)은 원래 소과(牛科) 동물을 지칭하는 낱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캐틀(cattle)의 어원은 라틴어 ‘caput’(카풋)에 있는데 이는 ‘머리’ 또는 ‘움직이는 재산’을 뜻했으며 말하자면 가축을 의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cattle’이 오늘날 자본을 의미하는 ‘capital’(캐피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소의 어원은 곧 자본이자 자산, 그리고 재산을 의미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16세기까지 ‘동산 저당’이 ‘소 저당’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앞서 중국의 경우에도 가축 ‘축’(畜)자는 소를 의미하며 재산을 뜻하는 한자어 ‘물’(物)에도 소 ‘우’(牛) 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축으로서의 대표 짐승은 소이며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어에는 또, ‘cow’(카우), ‘bull’(불), ‘ox’(옥스) 등과 같이 소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무척 많다. 여기에서 ‘ox’(옥스)는 솟과 가축을 의미하는 단수 명사이며, ‘bull’(불)은 수컷을, ‘cow’(카우)는 암컷을 뜻한다. 나중에 ‘ox’(옥스)는 짐을 끌기 위해 길들여진 가축으로서, 거세된 수컷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됐다. 참, 그러고 보니, 미국의 프로 농구 NBA에서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친정팀 이름이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인데, 시카고 불스는 물론, 시카고를 연고로 한 팀이다. 그렇다면, 시카고에 난데없이 왠 황소들일까? 이유는 과거, 시카고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도축용 소들이 몰려들던 집합소였기 때문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마장동에 해당하는 곳이 미국과 지구촌에서는 시카고였던 셈이다. 당시 시카고의 도축 규모가 얼마나 컸던지 도축 노동자만 4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 도축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비위생적인 현상을 고발한 20세기의 명저가 업톤 싱클레어의 ‘정글’이다. 21세기의 명칭으로 부르자면 당시, 미국 최고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였던 업톤 싱클레어는 소 도살 공장인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비위생적인 현실을 소설 형식으로 생생하게 세상에 고발했다. 당시, ‘정글’의 묘사가 얼마나 정밀하고 끔찍했던지 원고를 받았던 출판사들은 모두 말도 안되는 내용의 작품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후원자를 구해 출판된 소설, ‘정글’에서는 온갖 역겨운 내용들을 20세기 초의 미국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한 병이 든 소가 도축되는 것은 물론이요, 도축된 쇠고기가 썩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한 화학 약품을 마구 끼얹는다. 거기다가 도축 인부들은 도살대 위에서 용변을 보며 도축장의 바닥은 소똥과 쥐똥 투성이이다. 물론, 인부들은 바닥에 침을 함부로 뱉으며 소를 해체하고 바닥 위로는 쥐들이 마구 돌아다닌다. 더불어, 창고에서 흘러나온 핏물은 바닥 여기저기에 흥건히 고여 있다.

잠입 취재해 사실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 ‘정글’은 1906년에 발매되자마자 미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일거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성난 여론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정글’을 읽어보라며 외치며 분노했다.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시카고 도축장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도록 명하고 소설 속의 내용이 허구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해, 미 의회에서는 ‘육류검사법’과 ‘청결식품의약법’이 전격적으로 탄생했으며 오늘날의 FDA(식품의약청)가 이 법들을 모태로 탄생하게 된다. 소가 인류의 위생 개선에 엄청난 일조를 한 셈이다. 이렇듯 20세기 초에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소가 21세기에 있어서도 한국과 지구촌 역사에서 다시 중요한 한 획을 긋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2007년 12월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은 정권 출범 초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큰 곤혹을 겪었다. 수입 가능한 소 가운데 광우병 소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컸던 까닭에 서울시청 앞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전개된 까닭에서였다. 결국, ‘명박 산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을 정도로 당시, 이명박 정부는 컨테이너를 동원해 시청에서부터 청와대로 연결되는 길을 가로 막으며 노이로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감옥에 가 있고.

최근 들어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미중(美中) 무역 전쟁의 첨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500억 달러(약 54조 원) 상당의 1천300개 중국산 대미 수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불과 10시간 만에 중국 정부 역시, 미국산 쇠고기, 대두, 옥수수 등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아시아의 벼 문명을 일으킨 소가 제3차 세계 대전으로 비유되는 미·중 간의 무역 전쟁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떠안은 셈이다. 헌데, 정작 당사자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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