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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의 인문학] 심은 지 두 달 만에 수확하고 가축 사료부터 시리얼, 과자, 식용유, 당, 바이오 에탄올까지 만드는 지구촌 최대의 '만능 수퍼 작물' 옥수수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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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1  14: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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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 학기가 시작됐다. 학교는 이번에도 변화가 많다. 새롭게 문을 연 스쿨들이 눈에 띄는가 하면 신축 건물도 등장했다. 하지만 한림학보는 지난 학기에 연재했던 심훈 교수의 ‘식탁 위의 인문학’ 시리즈를 이번에도 변치 않고 이어서 게재한다. 그 첫 번째는 옥수수. 그럼, 옥수수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문 1: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작물에 속하는 곡물은?
답 2: 옥수수입니다.
문 2: 그렇다면 이들 3대 작물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곡물은?
답 2: 역시, 옥수수입니다.

실제로 인류가 먹는 주식(主食)의 1, 2위는 밀과 쌀이며 옥수수는 3위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세계 3대 주식 가운데 옥수수가 가장 많다. 그 많은 옥수수는 누가 다 소비할까? 바로 소와 돼지 등 가축류다. 옥수수 이삭은 물론, 줄기와 잎까지 사료로 사용된다. 나머지는 주로 전분과 식용유 제조 등 온갖 식품들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다양한 종류의 당도 옥수수에서 뽑아낸다. 쉽게 말해 설탕처럼 단 당(糖) 말이다. 과당 액상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전분으로는 물엿도 만든다. 석유 대체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도 옥수수에서 추출한다.

 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만능 곡물’, ‘슈퍼 곡물’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쌀이나 밀로 빵과 과자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에탄올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옥수수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3000여 가지에 달한다. 미국 중부의 드넓은 초원이 온통 옥수수밭으로 뒤덮여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축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어디일까? 볼 것도 없이 중국이다.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돼지의 경우 매일 70만 마리가 도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옥수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니, 미국의 대 중국 옥수수 수출량 역시 어마어마할 수밖에. 그리하여 올 들어 격화되고 있는 미중(美中) 무역 분쟁에서 옥수수도 된서리를 맞았다. 

  몇 달 전,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500억 달러(약 54조원) 상당의 1천300개 품목을 발표하자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그러자 미 중부 출신인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에게 있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만주 일대가 옥수수밭으로 뒤덮여 있어 자국의 수입량을 줄이는데 혁혁하게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길림성의 연변을 다녀온 이가 남긴 후기에 따르면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본 풍경이 옥수수밭 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국 옥수수밭의 면적을 살펴보니, 2012년도 당시에는 약 35만km로 한반도의 약 1.5배에 달하는 넓이다. 이마저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구촌 최대 옥수수 수입국 1, 2, 3위가 일본과 대한민국, 그리고 멕시코라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어마어마한 옥수수밭을 지니고 있는 중국은 4위에 해당하고. 쌀 생산국과 옥수수 주요 산지인 이들 국가가 옥수수 수입국 1~4위를 휩쓴 까닭은 당연하다. 옥수수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워낙 많은 탓이다. 

  앞서 언급한 식품 이외에 옥수수로 활용되는 식품으로는 전분을 이용한 과자, 종이, 의료용 수액으로 사용되는 콘스타치, 위스키 같은 증류주의 발효 원료 등으로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들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인구·경제력 강국의 한·중·일이 1, 2, 4위를 휩쓸 수밖에. 멕시코 역시 자신들이 생산하는 옥수수보다 소비하는 게 더 많으니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광대한 중부 평야에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심어대며 가격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올린 미국이 세계 최대의 옥수수 수출국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1, 2, 3위는 미국, 중국, 브라질로 광대한 재배 면적을 지닌 곳들이다. 그러니 쌀 주식국인 한·중·일이 옥수수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옥수수는 신이 선사한 작물이나 다름없다. 척박한 땅에서 무척 잘 자란다. 비가 잘 오지 않고 햇볕이 충분하지 않아도 성장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생육 기간마저 짧다. 약 8개월 이상의 재배 기간을 필요로 하는 쌀이나 밀과 달리 심은 지 단 두 달 만에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옥수수에도 단점이 있으니 바로 지력(地力)을 엄청나게 소모한다는 것이다. 옥수수를 심고 나면 1년 이상 충분히 땅을 놀려야만 옥수수를 포함한 타 작물의 경작이 가능하다. 1년도 최소한의 기간일 뿐 거의 2~3년을 쉬게 해야 하기에 옥수수 경작의 제약은 대단히 심하다. 그렇다면 미국 중부의 드넓은 옥수수 밭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옥수수가 소모하는 지력은 땅 속에 있는 질소의 사용에 있다. 물론 질소 비료를 사용하면 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땅에 질소를 공급하는 기능이 있는 콩을 옥수수 밭 옆에 심음으로써, 미국에서는 콩밭과 옥수수밭을 번갈아 가면서 교대로 경작한다. 옥수수밭 옆에 콩밭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북한에서는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옥수수 심기 운동이 대대적인 벌어졌다. 그리하여 북한 전역에서는 옥수수 심기 운동이 벌어졌지만, 옥수수를 심은 땅이 곧 황폐화가 되면서 더 이상 경작을 할 수 없게 되자 북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산림을 개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벌목과 벌채가 행해짐으로써 북한의 산은 벌거숭이가 됐고. 1995년대에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북한의 옥수수 심기 운동은 김일성이 죽은 이후, 김정일 치하에서 감자 심기 운동으로 바뀐다. 북한의 사정에 정통하며 평양에 수차례 다녀온 학국 식품 영양학자의 얘기다.  

  옥수수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생태지리학자들에 따르면, 옥수수의 원시 조상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마야와 잉카, 그리고 아즈텍 등의 중남미 대륙 문명을 일군 탄수화물 작물은 옥수수라는 말이다. 해서, 지금도 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가 귀한 작물로 대접받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는 주로 동물들의 사료와 식품 원료로, 중남미에서는 인간들의 주식으로 대접받는 차이는 있지만. 참,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는 곡물 시리얼은 대부분 옥수수로 만든다. 또, 멕시코의 주식인 토르티아 역시, 최근 들어서는 밀가루로 만드는 비중이 늘어났지만 전통적으로는 옥수수 가루를 써서 만들어 왔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초기 미국의 역사에서 옥수수가 한 역할과 함께, 중남미 원주민들의 옥수수 신화, 그리고 옥수수를 처음 접했던 스페인인들과 이들이 유럽 대륙에 소개한 옥수수의 전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 언론방송융합미디어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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