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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중국에선 옥과 같은 쌀이라 ‘옥미’(玉米)로 불린 옥수수우리나라에선 ‘옥과 같은 수수’라 해서 ‘옥수수’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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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6  1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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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유럽에 전파된 옥수수가 ‘펠라그라’라는 병을 일으킨 원인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들이 펠라그라 병을 슬기롭게 피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럼, 이번에는 아시아--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한국, 일본--에 소개된 옥수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극장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효자 상품은 영화가 아니라 팝콘이다. 팝콘 없는 영화 시청은 마 치 ‘단팥 없는 찐빵’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장가에서 원가 대비 이윤을 가장 많이 남 기는 먹거리가 팝콘과 탄산 음료이다. 사진은 극장에서 팔고 있는 팝콘의 전형적인 모습.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비록 유럽 대륙에 늦게 전파됐지만 옥수수는 아시아에 일찍 소개됐던 것으로 여겨진다. 기록을 찾아보니, 쓰촨성(四川省), 푸젠성(福建성), 광동성(廣東省), 광시성(廣서省) 등의 중국 남방에서는 예전에 벼농사조차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漢) 제국이 중국 남방까지 통합한 이후, 북방 왕조에 의해 습지를 메우고 물을 끌어들이는 본격적인 관개 농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남방 지역은 비가 많고 습한 날씨를 지닌 까닭에 옥수수 농사가 성행하지는 않았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가 적고 덜 습한 중국의 북방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옥수수가 꽤 재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 북부에서는 이미 기원 전과 기원 후에 걸쳐 존속했던 한나라 시대에 옥수수가 재배됐으며 이후, 한국과 일본에 전파되었다. 부연하자면, 옥수수는 일본에서 당나라의 곡물이라는 뜻으로 ‘토우모로코시’라고 불렸다. ‘토우’(唐)란 ‘당’(唐)의 일본식 발음이며 ‘모로코시’는 수수의 일본어이다. 당에서 건너온 수수, 즉 ‘당수수’가 일본의 옥수수였던 것이다. 

  참고로, ‘옥수수’는 한자와 한글의 결합어로 ‘옥’(玉)은 구슬을 뜻하는 한자어이며 수수는 순수 우리말이다. ‘옥’과 같은 ‘수수’라는 것이다. 이는 척박한 땅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수확량을 보인 수퍼 곡물 옥수수가 구황 작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에 중국인들은 옥수수의 알갱이들이 흡사 옥처럼 소중하다는 의미에서 만든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옥수수의 열량과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은 쌀, 밀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에 위치해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가며 쌀과 밀, 옥수수가 100g 당 만들 수 있는 열량을 살펴보니, 쌀이 360칼로리로 가장 높고, 옥수수가 348칼로리로 뒤를 잇고 있으며 밀은 330칼로리로 마지막에 배치돼 있었다. 이는 쌀의 칼로리를 기준으로 볼 때, 옥수수가 쌀의 97% 정도에 달함으로써 쌀의 92%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밀을 5%포인트 정도 앞선 수치에 해당한다. 옥수수는 또 단백질에 있어서도 12.5%의 밀 다음으로 8.9%의 단백질을 지녀 7.5%의 쌀을 앞서고 있으며 지방에 있어서는 3.9%로, 쌀(1.9%)과 밀(1.8%)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생육 기간은 쌀과 밀의 1/3
영양가는 비슷, 수확량은 3배

  그렇다면 이렇듯, 칼로리와 단백질, 지방에서 쌀과 밀에 전혀 밀리지 않는 옥수수의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여러 자료를 뒤져가며 동일한 조건을 가정하고 거칠게 평균을 내보니 1헥타르(가로 100m*세로 100m)당 쌀이 4톤, 밀이 3톤 정도인 생산되는 데 반면, 옥수수는 무려 9톤이 산출된다. 말하자면, 쌀 농사와 밀 농사가 8개월에서 1년에 걸쳐 내 놓는 수확량의 두 배에서 세 배를 두세 달 안에 내놓는 것이 옥수수라는 얘기다. 

  중국에서 ‘옥과 같은 쌀’이라며 옥수수를 ‘옥미’(玉米)라고 부르는 이유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덧붙이자면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보석이 옥이다. 예로부터 몸에 지니면 신성한 기운이 몸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중국인들은 보석 가운데 으뜸으로 옥을 쳤으며 귀걸이에서부터 반지, 가락지는 물론, 벼루와 문진, 도장 등 온갖 종류의 생활 용품과 필기 도구에 옥을 사용해 왔다.  

  옥수수는 쌀 문명이 지배적인 한국과 일본에서 그다지 큰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각광을 받게 된 곡물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일본을 기아에서 구제하기 위해 주일 미군이 엄청난 양의 옥수수 가루를 일본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배분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시대를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그들의 입맛에 낯선 옥수수 가루를 배급 받아 물에 타서 먹은 기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매한가지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은 이번에도 배를 곯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아낌없이 옥수수 가루를 나눠줬다. 

  모르긴 해도, 한국과 일본에서 옥수수 알을 쪄서 부풀린 ‘뻥튀기’도 미군이 알려준 옥수수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후, 그 조리법이 개발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종전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보조간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뻥튀기는 지금도 전 국민의 훌륭한 간식거리로 대접받고 있다. 참고로, 중국의 강남에서 왔다고 ‘강남이’라 불리다가 후에 ‘강냉이’로 이름이 바뀐 옥수수는 지방 함량도 낮고 나트륨도 적으며 부피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서 군것질거리로는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물기가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이기에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간식만은 아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같은 국민 간식을 뻥튀기 기계에 집어넣고 오랫동안 불을 쬐여 만들어내던 정겨운 장면이 이제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만 가끔 등장하는 추억의 씬(scene)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동네 어귀나 마트 한켠에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뻥튀기 포장들은 큼지막한 비닐 봉지에 담긴 채 우리들의 간택을 다소곳이 기다릴 뿐이다. 

  참, 영화관에서도 분위기를 돋워주고 영화관의 주된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상품 또한 옥수수를 튀긴 팝콘이다. 하지만 뻥튀기와 달리 팝콘은 소비자들의 눈앞에서 튀겨져 바로 전달되기에 그 민속지학적(?) 제작 과정이 꿋꿋이 살아남은 경우에 속한다. 첨언하자면, 팝콘의 영어 명은 (popcorn)으로 ‘pop’은 ‘솟아오르다, 터지다’라는 뜻이고, ‘corn’은 ‘옥수수’를 뜻한다. 말 그대로 ‘터진 옥수수’라는 뜻이다. 팝콘에 쓰이는 옥수수는 폭립종의 옥수수인데 이 옥수수의 특징은 옥수수 알의 겉이 단단하고 수분과 유분이 알갱이 중심부에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옥수수를 뜨겁게 가열하게 되면 수분과 유분이 단단한 껍질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내부에서 팽창하면서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때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팝콘이 되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팝콘을 가장 먼저 만들어 먹었던 사람들이 인디오들이었으며 멕시코의 아스텍 사람들은 옥수수 팝콘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부적삼아 몸에 걸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인문학 콘텐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옥수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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