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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사람 죽이는 이념은 필요 없다
이재빈 기자  |  fuego@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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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3  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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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극심한 이념의 갈등이 몰아치던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14연대가 한 사건을 일으켰다. 혹자는 반란으로, 또 누구는 봉기로 규정하는 여ㆍ순 사건이다.

사건은 14연대의 좌익 성향 군인들이 4ㆍ3의 여파로 혼란스럽던 제주도 파병을 거부한다며 들고 일어나 시작됐다. 여수를 점령한 반군은 순천과 지리산 등지로 연이어 진격, 일대를 점령했다. 하지만 이들의 거사는 며칠 뒤 출정한 국군에게 저지당했다. 잔당들은 지리산 등지에서 싸움을 이어갔으나, 여러 해에 걸쳐 토벌당하는 데 그쳤다.

이들의 행위가 반란인지 항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따라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개 대학생인 필자가 사건의 시비를 가리는 것은 가당치도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사건 전반에 걸친 이념의 대립 속에서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만큼은 강조하려 한다.

MBC<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따르면 여수와 순천 일대를 점령했던 반군은 경찰과 우익인사, 그들의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산채로 전신주에 묶어 불태우거나, 가죽을 벗겨 벽에 거는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이 일대를 점령했던 3일 간 즉결처분과 인민재판으로 수천 명을 학살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 몇이나 죽였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반군을 몰아내고 일대를 탈환한 국군이 좌익 세력과 협력자들을 색출한다며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머리가 짧은 사람, 반군이 나눠준 고무신을 신은 사람 등이 반군 협력자로 몰려 학살당했다. 반군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이들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무수히 많은 이들을 반군 조력자로 몰아갔다.

여·순 사건의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된 것만 해도 3천384명. 실종자 등까지 합하면 희생자 수는 만 명을 넘어선다. 희생자 대부분은 6ㆍ25전쟁 때처럼 이념이 뭔지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갔다. 사망자 수로만 비교할 경우, 250여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5·18 민주화 운동의 수십 배다.

비극은 오랜 세월 지하에 묻혀있었다. 반공 정서가 팽배했던 한국이었기에 남로당의 관여 사실만으로도 언급이 금기시 돼왔기 때문이다. 각종 안보교육만 해도 이 사건을 쿠데타로만 가르칠 뿐, 민간인 희생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행히 국방부는 최근 순천 지역에선 무고한 희생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거두고 불행한 역사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ㆍ순사건특별법’ 반대 방침도 철회하고 과거사 규명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인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무고한 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했던 비극의 전말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함은 물론, 유족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불신과 원한을 위로하는 일도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더 많은 이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따듯한 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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