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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선생이 행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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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1  13: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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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의대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후드를 전하며 인사 나눴다. 한림의대인 선서를 하는 시간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듬어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내용을 졸업생이 같이 읽으며 마쳤다. 이 가운데 은사를 존경하며 인류의 건강에 봉사한다는 구절이 있다.

졸업생은 대부분 병원 인턴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한다. 즉, 그간 오랜 학습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기 시작한다. 인턴이나 전공의 과정은 근로자이기도 하지만 학습자라는 면도 있어서 근로시간도 주 88시간으로 일반 근로자 최대 주 52시간보다 많다. 1985년 인턴 생활할 때 돌이켜 보면 주당 140시간 일했다. 격일로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원래 그래야 하나보다 하고 지냈는데 세상이 바뀌었다. 수련 시간이 줄면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으나 새 환경에서도 전공의와 병원 인력 모두 적응하며 운영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노동 생산성이 높아져서 가능할 것이다. 졸업생이 인류 건강에 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선생이다 보니 그보다 우리 졸업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조직과 기관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을 공선사후(公先私後)라 한다. 어릴 때부터 이를 귀가 닳도록 듣고 그렇게 살아왔다. 허나 새 세상이므로 우리 졸업생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먼저 고려하고 무의식이 하는 말을 잘 들으면서 살면 좋겠다. 물론 쉽지 않다. 조직에서 대개 시키는 일은 다 하고 참으면서 살기 마련이지만 그런 헌신은 제대로 평가받기 쉽지 않아 조직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에 실망하기 쉽다. 어떤 일이 처음부터 자신의 행복에 기여하는 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나고야 알기도 한다.

나 역시 바로 “아니오” 했어야 하는 여러 일이 떠오른다. 조직의 발전은 구성원 개개인 행복의 합집합이다. 조직원이 행복하지 않다면 조직이나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교원이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고,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다. 20년 뒤 올해 졸업생도 홈커밍데이 행사를 갖고 모교를 다시 찾을 것이다. 학교에 근무하며 가장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졸업생이 모교를 찾고 과거 교원이라고 초빙하여 인사 나누는 것이다. 놀랍게도 20년이 지나 만나도 과거 학생 때 모습을 대개 다 기억한다. 올 졸업생이 20년 뒤 행사에 초빙할지 또한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 참석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졸업생을 떠나보내면서 늘 20년 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만나면 헤어지고(회자정리ㆍ會者定離) 헤어지면 만나는(거자필반ㆍ去者必返)것이 우리 인연이다.

또한 졸업생도 20년 뒤 건강해야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신임교원 워크숍에서 주 3회 하루 30분을 운동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봤더니 20% 수준이었다. 그간 국민 건강을 위해 봉사하느라 환자에게는 열심히 권하는 운동을 정작 의사는 대부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의사에게 운동은 사치인가?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꾸준히 운동하고 칼로리를 조절해 튼튼한 모습 졸업생을 다시 만나고 싶다.

/허선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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