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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호 『창작과 비평』에서는 고은 시인의 ‘미당담론’을 실어 화제가 됐었다. 게재된 미당담론은 미당담론에 대한 또 다른
담론을 형성하기에 충분했었다. 당시 「창작과 비평사」 게시판에 올랐던 <창비무명인>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독자의 ‘국화꽃의 비밀’이라는
글이 책으로 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시 필자는 김환희라는 실명을 숨기채 자신의 원고를 6월24일부터 7월3일까지 분량을 나눠서 올리기
시작했다. 이 글은 사이버 상에 올라온 다른 미당 논쟁글과 달리 좀 더 치밀하고 세밀한 분석글로써 기존의 뱅뱅 돌기만 하던 미당 논쟁에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 됐었다.
국민적 애송시 1호라고 불리는 ‘국화 옆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전부를 외우진 못해도 한 소절씩은 다 읊조릴 수 있을
것이다. 국어시간엔 선생님의 ‘이 시에서 나오는 국화는 인생 역정을 걸어온 후 관조의 경지에 이른 중년의 여인, 누님을 비유한다’는 해설과 함께
다가오는 시험을 대비해서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다. 어린시절 그렇게 배웠고 지금까지 국화는 누님이라고 알아왔던 이들에게 ‘한 송이 국화’가 오랜
세월 동안 일본의 상징물이었고 친일파였던 서정주에게 국화는 일본 천왕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필자는 국민적 애송시로 칭송받고 있는 이 시가 함축하고 있는 위험스러운 이데올로기를 모른채 많은 학생들이 좋은 시의 본보기로
‘국화 옆에서’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 분석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미당 논쟁은 미당의
친일행위에 국한돼 시적 재능과 시인의 인격을 결부해야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을 답습해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논쟁을 벗어나 미당 시
자체에서 드러나는 친일적 요소를 철저한 분석과 해석을 통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기존의 ‘국화 옆에서’에 대한 해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시에서 등장하는 거울과 국화꽃의 의미를 다의적
측면으로 보지 못한 채 단순히 노오란 국화는 누님, 거울은 관조의 경지로부터 넘어가 버렸다는 점이다. 또한 이 점에 대한 국문학자나 비평가들의
관심이 부재했던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미당은 일본어를 국어로 알고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런 미당의 시를 단순히 한국적 관념에 국한된 해석을 해
왔던 것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결정적 영역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기 위해서 일본 신화와 접목시켜 그
안에서의 거울과 국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국화 옆에서’의 국화는 기존의 한국적 이미지인 선비의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국화의 이미지를
여성으로 바꾼 것과 전통적으로 한국의 예술적 작품에 나타나는 국화는 여러 송이로 표현돼 왔는데 굳이 한 송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점은 미당이 생각하는 국화가 한국적 이미지의 국화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황국(黃菊) 이 일본에서 지난 14세기 이후로 일왕과 그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었고 일본설화 『고사기』에서 거울은
일왕이 현인신의 위상을 획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상징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미당 시의 국화가 일본 황국을 의미하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황국은 왕실의 문장으로서 왕실가족의 모든 휘장을 장식했을 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형태(일왕의 예복,
일본국가훈장, 일본우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무기)로 일본 제국주의문화와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미당은 그의
『시창작 노-트』에서 ‘국화 옆에서’가 어느 날 갑자기 쓰게 된 시가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된 다양한 여성적 이미지들의 중첩되고 결합되어
생긴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해 필자는 국화꽃이 상징하는 것이 일왕과 일본신화 『일본서기』에 나오는 태양신 아마테라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미당의 다른 시 ‘목화’에서 나타나는 누님의 실체가 일본신화에서 일본황실에 한을 지니고 죽음을 자처하는 여인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미당의 친일시 ‘마쓰이 히데오 송갗와 ‘전두환 탄신 기념 축시’도 함께 실어 미당 친일시의
실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의 해석이란 것은 원래가 다의적인 측면이 많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미당의
시 해석에 있어서는 그 점에 더욱 주목해야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미당시에 있어서 그러한 점들이 크게 배제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의 시
시계를 분석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주관적인 해석일수도 있어 설득력이 없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미당의 서적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그의 친일행위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시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입각한 새로운 해석들이 돋보인다고 볼 수 있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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