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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의 '젊은 꼰대가 바라본 우리 사회'] 침팬지보다 멀리 있는 당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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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3  0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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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3월 28일 영국 남부 서식스주의 우즈강. 코트를 입은 한 여성이 강가에 널려 있는 돌멩이를 잔뜩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였다. 울프는 남편에게 남긴 유서에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나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유년기에 의붓형제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랜 기간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평생 남성에 대한 혐오감을 안고 살았다.

울프는 1929년 수필집 ‘자기만의 방’을 쓰면서 100년 후인 2028년쯤에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이 사라질 것으로 상상했다. 그의 간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아서일까. 오늘날 여성의 지위는 꽤 많이 달라졌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겠지만, 겉보기에는 차별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보다 그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한 쪽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는데 반대편에는 “이미 남녀평등은 완성됐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는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기준이 종의 경계보다 높다는 낭설도 종종 올라온다. 인간이 침팬지와 유전자의 약 98.8%를 공유하는데, 남성과 여성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침팬지와 인간보다 거리가 더 먼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불행히도 세상이 동의하는 건 딱 거기까지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여든 살 노인과 십대 청소년만큼 다를까. 아니면 여의도 증권가의 뱅커와 달동네의 빈민만큼 다를까. 무엇보다 왜 다를까. 유전자인가, 환경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그곳에서는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쟁이 지금도 한창이다. 승자는 바뀐 적이 없지만.

오랜 세월 우리 사회는 젠더에도 위계가 존재했다.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는 지금의 3세대 페미니즘은 이 지점을 헤집고 있다. 1세대가 여성의 시민권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등의 제도적 평등을 이뤄냈다. 이제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상에서 자행되는 성차별적 관행과 인식을 말하고 있다. 왜 여자는 예뻐야 하는지, 왜 여자는 설거지를 해야 하는지, 왜 여자는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지, 왜 여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왜 여자는 남자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지…. 꼽자면 끝도 없을 기울어진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한다. 강남역에서 20대 여성이 이유 없이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도화선이었고, 이후 미투 운동이 번졌다. 지금은 연예인의 불법촬영 스캔들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여성 누구나 짊어지고 있던 불편함,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래선지 이들의 외침은 이전보다 무겁고 무섭다.

권력관계에 깔려 있는 관성 때문일까. 듣고 보면 미주알고주알 맞는 얘기에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청년층에서 심각하다. 그러나 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남녀평등 시대라며 왜 남성을 역차별하고, 여성을 우대하느냐고 묻는다.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사고체계 속에서 나온, 전혀 다른 질문이다. 이런 항변을 들어보면 ‘남자와 여자가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일반 명제로서의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페미니즘의 핵심 주장을 ‘토대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걸 페미니즘이라고 부르든 아니든. 그래도 함께 설 출발지가 생겼다. 성별 같은 식상한 분류를 떠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여기서 시작하면 된다. 이것도 변화라고 믿는다.

 

/전형주 언론방송융합미디어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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