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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를 만나다] ‘만들어진’ 여성의 현실과 역사에 대한 통찰-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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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6  10: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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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구절은 한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이 말은 훗날 페미니즘 이론이 정교화되고 발전하면서,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을 구분하는 논리에 의미심장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다음 구절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여자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의미가 정해지고 그 차이가 구별될 뿐, 여성 자신으로서 생각되지 않는다. 여자는 본질적인 존재에 대한 비본질적인 존재다. 남자는 주체며 절대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다.”

독자들은 남자가 본질, 기준, 주체인 현실에서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인정받는 타자화된 존재, ‘되다 만 남자’ 무엇인가 ‘결여된 존재’로 명명, 정의돼 온 오랜 역사를 위 문장이 함축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같은 유명한 구절들을 내장한 책이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의 『제2의 성』(1949)이다. 이 책은 20세기 여성주의 도서의 고전, 페미니즘의 제2의 물결에 다양한 개념과 발상을 제공한 도서다.

   
 

『제2의 성』은 2권으로 돼 있으며, 1권의 부제는 「사실과 신화」, 2권의 부제는 「오늘날 여자의 삶」이다. 1권의 1부 ‘숙명’에서는 생물학, 정신분석학, 역사적 유물론의 논의를 통해 여성들이 처한 조건과 입장을 고찰하고, 2부 ‘역사’에서는 유목사회부터 프랑스대혁명 이후 1947년까지 여성 지위의 역사를 다룬다. 3부 ‘신화’는 성경,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유명 남성작가들의 문학작품까지 두루 검토하면서 남성작가와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여성성의 신화가 어떻게 여성들을 미화하는 한편 폄하하는지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2권은 1부 ‘형성’, 2부 ‘상황’, 3부 ‘정당화’, 4부 ‘해방을 위하여’로 구성됐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유년기부터 사춘기를 거쳐, 결혼 후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서술하며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한계를 ‘실존적으로’ 초월하기보다는, 그 안에 내재해 있으면서 스스로 타자로서의 삶을 사는지를 밝힌다. 특히 3부에서는 여성들이 억압적 상황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방식을 다룬다. 나르시시즘, 연애와 사랑으로의 도피는 남성 질서에 대항해 독자적인 반(反)세계를 형성할 자신이 없는 여성들이 남성중심 질서에 공모해 삶을 이어가는 전략이라는 내용이다. 4부에서 보부아르는 집단적인 여성들의 실천과 경제력 확보가 여성해방과 여성독립에 필수임을 강조한다.

   
 

『제2의 성』의 사상적 뿌리는 실존주의 철학이다.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의 주체/객체, 자아/타자, 대자(對自/즉자(卽自) 이분법을 활용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설명한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주체는 객체를 타자화(대상화라고 이해하면 되겠다.)함으로써만 주체로 선다. 이때 남성은 주체이고, 여성은 객체이다. 보부아르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여성도 인간인 한 실존을 추구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로서 머물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답으로 작가는 흑인이나 프롤레타리아 같은 다른 피억압 집단과 달리 여자는 자신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현실적인 수단을 갖지 못했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역사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부아르는 여성과 남성이 위선적인 사회구조를 폐지하고, 서로를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여성들이 주체로서 의지를 세우려면 남자들 사이에서 분산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우리'라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여성이 쓴, 여성이라는 ‘타자’의 억압적 현실에 대한 촘촘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제2의 성』은 현재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김양선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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