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 청년이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흐른 지난 3일. 또 한명의 노동자 A씨가 기계에 끼여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였다는 점과 사실상 홀로 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이렇게 닮은 사람들은 지난해에만 309명이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796명이다. 이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09명이었다. 전체의 40% 가량이다. 반면 사업장의 하청노동자 비율은 고작 18%에 불과했다.

발전분야는 그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주요 5대 발전사에서 산재로 20명이 숨지고 348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는 모두 하청근로자였고 부상자는 97.7%가 하청근로자였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업무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의 안전불감증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중이다. 고용부의 컨베이어 사업장 긴급점검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사용하는 사업장 100곳 중 71곳에서 위반사항이 나왔다. 적발 건수만 230건이다. 평균적으로 한곳 당 2.3건씩 안전수칙을 위반 중인 것이다.

고용부는 오는 10일부터 30일까지 사내 하도급을 하는 공공기관 100곳과 대형 사업장 300곳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이행 실태를 일제히 점검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하청 노동자 산재 예방이 목적이다. 당국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 대상 안전 조치 이행 여부와 정비ㆍ유지ㆍ보수 작업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법규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 등을 받고 시정 기간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책임자와 법인을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안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비정규직끼리 하는 작업이 위험하다고 거듭 지적해왔다. 박준선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노동자가 위험한 업무를 거부할 수 있게 해야 노동안전 확보가 가능한데, 김용균법 통과 이후에도 현장에는 변화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