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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의 다섯 덕목을 모두 지닌 슬기로운 닭사마천의 「사기 열전」에도 나오는 닭 싸움 중국의 피카소인 치바이스도 닭 즐겨 그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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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1  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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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 ‘학고재’의 주간인 손철주에 따르면 닭은 맨드라미와 함께 옛 그림에 자주 나오는 소재다. 닭에 볏이 있고 맨드라미의 붉은 꽃잎도 닭 볏을 닮아 둘 다 화폭에 담으면 벼슬을 기원하는 의미가 배가(倍加)되기 때문이란다. 참고로 손철주는 필자의 미술 입문에 큰 도움을 준 이로 그의 베스트셀러인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필자가 나름의 미술관을 정립하는데 혁혁히(?) 기여했다.

말이 나온 김에 손철주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함께 필자가 명저로 꼽는 미술 안내서로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2, 3」 가운데 1권, 다카시나 슈지의 「만화 서양 미술사 1~5」 전부, 조영남의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 그리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 있다. 만일,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미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톰 울프의 「현대 미술의 상실」을 추천한다. 이 칼럼을 보고 미술에 관심이 생긴 학우가 있다면 이들 책 가운데 한권을 접하는 것에서부터 올 봄의 미술 여행을 계획해 보기 바란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에 재직했으며 지금도 여러 신문에서 미술 칼럼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는 손철주는 소위 말하는 글짱 미술 평론가이다. 그런 그는 닭이 무려 다섯 가지의 덕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해 마지 않는다. 볏은 문인의 벼슬이라 ‘문’(文), 발톱은 날카로워 ‘무’(武), 더군다나 싸움까지 잘해서 ‘용’(勇), 모이는 사이좋게 나눠 먹어서 ‘인’(仁), 마지막으로 새벽이 오면 반드시 울음으로 알려서 ‘신’(信)이란다. 그래서 백숙 먹기가 미안할 지경이라는 그이다. 이 정도면 구라도 보통 구라가 아니다.

한때 한국을 풍미했던 ‘3대 구라꾼’으로 사회 운동가인 백기완과 방동규, 그리고 소설가 황석영이 자주 회자됐으며 이들의 후속 세대인 ‘신 3대 구라꾼’으로서 전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과 전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 그리고 동양 철학자인 김용옥이 있다지만 이 정도면 손철주의 구라 역시 만만치 않다. 물론, 여기에서 구라란 거짓이 아니라 객관성에 기반한 주관, 즉 사담이자 만담을 일컫는 저잣거리 용어다. 그렇게 닭을 예찬해 백숙 먹기가 미안하다는 손철주에 편승하자면 필자 역시, 백숙이든 치킨이든 닭 자체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닭 사랑꾼(?)이다. 대신, 다산과 다복의 상징인 돼지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다.

손철주가 극찬했던 닭의 여러 덕 가운데 무용과 관련해 한 가지 첨언하자면 닭 싸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는 것이다. 발톱이 날카로워 무(武)를 지녔고 싸움까지 잘해 용(勇)을 갖춘 닭을 인류가 가만 두었을 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일례로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서는 소진이라는 재상이 제나라의 왕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제나라 수도 임치의 백성들이 닭싸움과 도박을 즐겼다고 글이 등장한다. 참고로 제나라는 지금의 산동 지방에 자리했던 전국 시대의 칠웅(七雄) 가운데 하나. 칠웅이란 전국 시대에 가장 강했던 7개의 제후국을 일컫던 용어다. 그렇다면 한반도와는 지근거리였던 이곳 제나라의 닭싸움은 황해를 건너 한반도에 직수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닭은 중국에서도 수많은 화가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인기 소재였다. 그 가운데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가장 유명한 화가로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齊白石)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중국 미술의 창시자나 다름없는 치바이스는 닭과 병아리를 비롯해 풀과 꽃, 가축과 벌레를 즐겨 그렸는데 닭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는 호남성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병아리와 풀벌레>라는 작품이 있다. 치바이스는 또, 한낮의 관헌 마당에서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닭을 자주 그림으로써 그가 살았던 당시의 부패하고 게을렀던 중국 정부를 풍자하기도 했다.

   
 

그런, 치바이스는 산수화도 많이 그렸는데, 닭이 등장하는 산수화 가운데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바로 ‘산수도 50’이다. 인상적인 사실은 이 그림에 등장하는 닭은 화폭 중앙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넓은 마당이 넉넉한 여백으로 작용하는 까닭에 ‘작지만 큰’ 닭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서 잠깐 치바이스에 대해 부연하자면 후난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몸이 너무 약해 집안일을 제대로 도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생계를 위해 그가 택한 직업은 목수. 그러다 27살에 늦깎이 화가로 등단한 그는 마흔 살 무렵부터 중국의 수많은 명승지와 산수 풍경을 유람하게 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이후, 치바이스는 중국 명승지를 다섯 번이나 주유했다고 한다.

97살까지 장수했던 그는 뒤늦게 불태운 그림 열정으로 사망 석 달 전까지 그림을 그렸고 빈농의 자식이었지만 마오쩌뚱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자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인민예술가가 되었다. 어렸을 때 잠깐 서당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정식으로 글과 그림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는 그는 스스로 그림을 깨우쳤으며 종국에는 시(詩)와 서(書)를 포함해 돌에 도장을 새기는 전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천부적인 솜씨를 선보이며 수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참고로, 치바이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740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21세기의 미술 시장에서는 피카소와 함께 가장 비싼 그림의 원작자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중국의 닭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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