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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를 만나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여성에게 교육과 이성을 허락하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의 권리옹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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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1  1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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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인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론화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는 여성을 남성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개체성을 지닌 독립적 존재로 인정해야 하며,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교육과 참정권과 같은 시민의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소위 1세대 서구 페미니즘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근대 계몽주의 사상은 모든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고, 태어날 때부터 인권을 부여받은 평등한 존재라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 근대 기획은 남성의 것이었고 여성은 배제됐다. 계몽주의 사상과 프랑스 혁명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살아갔던 울스턴크래프트는 인간은 누구나 이성이 있다는 계몽주의적 전제에 기초해 여성에게도 지성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당시 남성지식인들의 성차별적 태도를 비난하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인격을 보유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그녀의 대표 저작인 『여성의 권리 옹호』는 프랑스 제헌의회에 제출된 공교육에 관한 보고서가 남성-소년에게 한정된 것을 비판하고 여성-소녀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쓰였다. 이 책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주장한 최초의 페미니즘 이론서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총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5장은 여성의 본성에 대한 기존의 남성중심적 논의를 반박하고 있으며, 6~8장에서는 여성에 대한 통념이 여성의 성격과 태도 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9~12장은 여성의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특히 장 자크 루소의 『에밀』에서 제시된 여성관은 통렬한 반박의 대상이 된다. 루소는 『에밀』에서 남성과 여성은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다르므로 서로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그는 여성 교육의 목표를 남성에게 매력적인 여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두었다. 이런 교육의 목표에 적합한 여성상으로 제시된 사람이 ‘소피’이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성별 특성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를 논함」에서 루소가 여성은 “남성이 쉬고자 할 때는 언제나 유혹적인 욕망의 대상이자 요염한 노예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여성도 “그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지각 있는 미덕의 위엄을 획득”하는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만을 삶의 목표로 삼는 태도를 넘어서서, 여성 자신의 정신을 계발하고 남성이 아닌 이성(理性)에 복종해야 한다고 거듭 밝힌다. “육체를 강건하게 하고 지력을 발휘하는 여성은 남편의 친구가 되지, 그의 보잘것없는 부양가족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주체적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지성을 획득할 때 남성/남편과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크고 작게 법과 제도, 일상에서의 불평등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책 전체에 걸쳐 “남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는 남성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두거나 남성을 동경해서 하는 발언이 아니다.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남성과 여성의 ‘차별 없는 동등함’을 표현한 것이다. 그녀의 주장은 여성적인 것을 중시하는 최근 페미니즘의 ‘차이’의 정치학과는 상반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를 한계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울스턴크래프트는 차이가 아닌 평등을 주장함으로써 근대 페미니즘 운동의 초기에 여성참정권과 같은 제도적 평등을 위한 길을 터주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지만, 근대 프랑스와 영국의 역사에서 여성이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 되고, 시민권과 참정권을 얻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투쟁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주장은 여성-시민의 자리에서 되새김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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