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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1: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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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20살이 되자마자 시작했던 성당 중고등부 교사를 그만뒀다. 흔히 ‘사망년’이라고 말하는 3학년이 된 탓이었다.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교사생활을 할 수 없겠다고 했건만 친구의 함께하자는 몇 마디 꼬임에 금세 넘어간 것을 보면 누군가 잡아주기를 내심 기대했나보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생활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은 일의 연속이었다. 밤늦게까지 레크레이션을 준비해야했고, 아침에는 밥먹는 아이들 사이로 뱀이 지나다녔으며, 함께 물놀이하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나를 수영장으로 던져 눈이 찢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놀리기에만 급급했던 아이, 수줍어 다가오지도 못했던 아이, 만나면 미주알고주알 모든 이야기를 해주는 아이 등 그 누구도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가장 빛날 때는 아이들만의 표현을 할 때였다.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에요?”같은 질문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할 수 없는 대답을 유도한다. 답변을 내가 교사생활을 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만 했다. 또한 나의 편협한 사고를 돌이켜볼 수 있도록 하는 말들은 목구멍을 턱하고 막히게 했다. 에어컨도 없는 한 여름날의 캠핑에서,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가 있었다. 더위로 잔뜩 짜증이 난 한 아이로 인해 계획이 잘 진행되지 않아 내내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 시간, 오늘 하루를 되물었더니 한 아이가 쭈뼛쭈뼛하며 “오늘 ○○이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큰 충격이었다. 사실은 ○○이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뒷수습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나이의 나였다면 그 친구를 많이 원망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친구에게 원망이 아닌 행복을 빌었다. 나는 단지 어르고 달랠 생각만 했지만 아이들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꿰뚫었다. 선생님이 先生님인 이유는, 단지 일찍 태어났을 뿐 우위가 없는 평등한 존재라는 것, 먼저 태어나서 아이들에게 더 배우라는 것을 의미하나보다.

아이들에게 배운 점도 많지만, 안타까운 적도 있었다. 중고등부 아이들은 대체로 외모에 관심이 많아 때때로 그들의 자존감은 외모에서 오기도 한다. 하루는 어떤 아이가 나에게 졸업사진을 찍었다며 보여줬는데, 자신의 외모는 전혀 예쁘지 않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빈말이 아니라 너 정말 예쁘다고, 너라는 자체만으로 빛나고 멋진 사람이라고 진심만을 이야기했다. 그 때의 나도 친구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움츠리게 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한다. 교복을 벗고 캠퍼스를 돌아다니고서야 비교 자체가 날 가두는 족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가 친구들보다 자신을 더 들여다볼 여유를 지니길 빈다.

후회는 없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기억하지도 못할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아이들 곁에 내가 잠시 있었다는 기적에 감사했던 날들이었다.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특별한 아이들에게, 항상 지금만 같기를.

/문지원 사회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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