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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바라보고 걷는가
김수빈 기자  |  for_rest@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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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2: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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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5년 전 일이다. 지금 날씨에 어울리는 얘기는 아니지만, 목도리를 칭칭 둘러메고, 옷을 여러겹 껴입은 채 고사장으로 향했다. 늘 맡던 공기의 냄새, 바람의 결, 햇볕의 따끈따끈한 온도. 모든 것이 그대로였으나 내 마음만큼은 여느 때와 달랐다. 수능이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 물어보신다면 쿨하게 답할 수 있다. 망했다.

기대보다 30점이나 낮게 나온 것은 물론이고, 원하던 학교에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만만하게 보던 국어가 시간을 한참 잡아먹어 패닉에 빠진 탓이었다. 한참을 우울 속에 살았고, 담임 선생님과 면담할 때쯤엔 거의 자의로 사망하기 직전이었다. 1월부터는 매일 술 마시며 재수를 시켜달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평소에도 깽판을 너무 자주 쳐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싶었던 거다. 사실 나도 스무살에 대학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기도 했고. 결국은 때 맞춰 대학에 왔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한번쯤은 부모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재수시켜달라고 울 걸 싶기도 하다. 우리 대학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남과 같은 속도로 걷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이라는 곳에 오고 나니 그깟 1, 2년 갖고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휴학만 2, 3년씩 하는 사람, 어느날 훌쩍 세계를 보러 떠나는 사람. 시야가 넓어지자 찾아오는 수많은 가치관이 날 흔들었다. 제 때 졸업해도 취업을 못해 몇년씩 제자리인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또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 몇년을 앞으로 나아갈 발판으로 만든 사람도 존재한다.

우리는 지난 열아홉의 삶 동안 시간에 얽매였다. 아침이면 학교에 가고, 저녁이면 돌아오고, 때가 되면 주는 밥을 먹으며 인생을 살았다. 아니 삶을 강요받았다. 스무살부터는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으며, 내가 집에 가고 싶을 때 간다.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향하려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잊지 않는 것이다.

야구도 9회말 까지는 모르는 법인데, 우리 100년 사는 동안 겨우 2회 초 왔다. 언제 어디서 안타가, 파울이, 홈런이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승패를 뒤집을 7회가 남았다. 설령 지금은 내가 반대방향으로 걷는 듯 하고, 굽은 길을 따라 헤메는 듯 해도 분명하게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길 바란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모두는 1인칭 시점으로 살아간다. 언제 도착하느냐보다, 도착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디를 바라보고 걷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우린 도착한다. 우리 아직,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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