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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페미니즘 탓이라고? 반(反)페미니즘의 기원과 증식을 파헤치다- 수잔 팔루디, 『백래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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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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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가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로서 주로 성적, 인종적,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기제로 작용한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백래시에 대한 설명이다. 책의 저자 수잔 팔루디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언론, 대중매체,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행된 페미니즘과 여성을 상대로 한 반격의 시도들, 즉 반(反)페미니즘 물결에 ‘백래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2부와 3부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백래시’의 창시자와 유포자들을 찾아, 이들의 담론과 전략, 의도를 세세히 서술하고 폭로한다. 2부에서는 대중문화를 점령하다시피 한 반격의 물결이 언론,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패션과 미용 산업을 잠식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3부에서는 이러한 반격과 반동의 기원을 추적한다. 4부에서는 대중 심리학자와 자기계발서 작가들이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일상에 각인시킨 반격의 효과를 그야말로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1장 ‘그건 페미니즘 탓이야!’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팔루디에 따르면 여성운동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뉴스 이면에는 “너희들은 이제 자유롭고 평등할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비참해진 것인지 모른다.”는 또 다른 메시지가 숨어 있다. 여성을 둘러싼 삶의 조건이 여전히 비참한 이유는 ‘페미니즘 탓’이 절대 ‘아니다.’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해방과 자유의 경험을 선물한 페미니즘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반격세력들의 꼼수일 뿐이다. 팔루디는 특히 4장 ‘반페미니즘이라는 트렌드’에서 <뉴스위크>, <뉴욕타임즈>, <라이프>, <타임>과 같은 주류 언론들이 일련의 ‘트렌드 기사’에서 객관성을 가장한 통계자료의 조작과 왜곡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백래시 정서를 광범위하게 유포했음을 날카롭게 밝히고 있다. “일, 결혼, 그리고 모성에 대한 서로 모순되는 세 쌍의 트렌드는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미디어의 3부작을 구성했다. 슈퍼우먼의 ‘번아웃’ 대(VS) 신전통주의적인 ‘고치 짓기’(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되돌아간 여성들을 일컫는 말-필자 주), ‘노처녀 풍년’ 대 ‘결혼의 귀환’, ‘불임 유행병’ 대 ‘작은 베이비 붐’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백래시는 미국만의 현상일까? 이 책은 최근 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페미니즘 리부트, 그리고 이에 대한 반동적 움직임인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담론,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 대상 증오 범죄를 해석하는 데 유효한 통찰을 제시한다. “사실에 입각한 근거나 확실한 수치가 없이, 여성 서너 명 정도의 말만을, 그것도 보통은 익명으로 인용”하고 ‘더욱더’같은 모호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트렌드 기사의 특징을 우리는 인터넷의 선정적 기사에서, 혐오 스피치(Hate Speech)를 배설하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거의 매일 접한다. 『백래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이 특수한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자 동시에 ‘전지구적인’ 보편적 현상이라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반격의 반복되는 습성을 언급하며 여성해방의 역사는 늘 “결코 목적에 닿지 못한 채 무한을 향해 나아가는 수학적 커브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백래시의 순환회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1장 프롤로그 마지막에서 팔루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페미니즘의 의제는 기초적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체성을 그 문화와 남성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규정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올랭 드 구즈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근대 초기에 주장했던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인간-여성으로서의 주체성 획득이 여전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제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김양선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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