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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닭 알이라는 뜻의 달걀, 일본은 옥, 중국에선 경단으로 불러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달걀은? 답: 콜럼버스의 달걀입니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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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1  10: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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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다양한 표정의 익살스런 얼굴을 그린 부활절 달걀. 이 정도 작품성이면 까서 먹기가 아까울 지경이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영양학자들로부터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는 찬사를 들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콜럼버스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위한 매개물로 바뀐 식품, 그리하여 먹거리로서보다는 도전자의 정복 대상으로 더욱 유명하게 자리매김한 식품이 바로 달걀이다.

이런 달걀은 3대 필수 영양소를 다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철분 등 주요 영양소들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영양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완전 식품’으로 불린다. 사전을 찾아보니 전체의 3/4인 75%가 수분인 가운데 영양소별로는 지방과 단백질이 각각 11%씩이며 탄수화물 1%, 그리고 철분과 칼슙, 비타민 A와 B가 고르게 함유돼 있다. 더불어 계란은 개당 80Kcal 정도의 열량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성인의 한 끼 열량이 700~800Kcal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9개에서 10개 정도를 먹으면 되는 수치이다.

문득, 호기심에 기네스북을 찾아보니 인간이 얼마나 많은 달걀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대신, 1분에 달걀을 얼마나 많이 까서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은 등재돼 있다. 자그마치 6개나 까서 먹은 것이 세계 기록이란다. 까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그런 계란을 1분에 6개나 까서 먹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1976년에 개봉한 실버스타 스텔론 주연의 권투 영화, ‘록키’에서는 주인공인 록키가 새벽 일찍 일어나 날달걀을 다섯 개나 깨뜨리고 컵에 부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날달걀 먹는 것 자체가 대단히 낯선 미국인들에게 이러한 장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첨언하자면, 타원형의 계란을 처음 수직으로 세운 이를 검색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콜럼버스가 그 주인공이 아니란다. 대신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을 완성한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자신을 폄하하는 이들 앞에서 계란을 식탁 위에 찌그러뜨려서 세웠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달걀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중, 후진국들에서는 결코 쉽사리 먹을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1980년대 도시 빈민들의 삶을 그린 양귀자의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서는 그런 계란에 관한 일화가 등장한다. “어머니는 열흘에 한번쯤 들르는 계란 장수를 반겼습니다. 짚으로 엮은 계란 열 개들이 한 꾸러미를 들여놓는 날이면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물론 이건 살림살이가 좀 나을 때 얘기이고, 그렇지 못하면 계란 장수는 건너뛰는 게 다반사였지요”라는 구절이다. 더불어 책의 한 켠에서는 또 다른 등장 인물인 임씨가 궁핍한 삶이 나아지지 않자 술이 거나하게 취해 주먹을 흔들며 소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 놓고 못 먹는 세상!”

그런 달걀이 이제는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특히 노른자가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세월의 변화가 무섭기만 하다. 참,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풍족해진 식탁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달걀을 이용한 요리와 식사 방법 또한 대단히 다양해졌다.

먼저, 달걀을 삶은 것만 봐도 완숙과 반숙이 있으며, 후라이를 하게 되면, 한쪽만 익힌 ‘써니 사이드 업’(sunny side-up)과 양쪽 면을 살짝 익힌 ‘이지 오버’(easy over)가 있다. 이와 함께, 노른자만 따로 빼내서 비빔밥 위에 얹기도 하고, 계란을 풀어서 계란말이를 하거나 지단을 만들어서 국 등에 고명으로 얹을 수도 있다. 물론, 계란은 김밥 속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초밥 위에 얹는 재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국에 풀어서 계란탕을 만들 수도 있으며 물을 붓고 쪄서 계란찜을 해먹을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오므라이스에서 백미(白眉)를 장식하는 것도 큼지막하게 볶음밥을 덮은 달걀이요, 아침 식탁에서 간단하게 색깔 있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 또한 케찹과 함께 나온 ‘스크램블 에그’이다.

한편, 계란 요리 가운데 가장 엽기(?)적인 것은 이른바 계란을 반쯤 부화시킨 곤계란이다. 병아리의 털과 부리가 막 형성될 즈음에 먹는 곤계란은 우리도 예전부터 자주 먹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는 지금도 인기 있는 먹거리이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곤계란은 ‘발롯’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필자가 한림대 미디어 스쿨과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마닐라의 필리핀 국립 대학을 방문했던 2000년대 초기, 숙소 근처에서는 아침마다 닭이 우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행상인들이 ‘발롯’을 외치며 돌아다니곤 했다.

이렇게 다양한 요리 및 식사 방법만큼 계란을 부르는 명칭 또한 다양하다. 닭의 알이란 뜻에서 한자어 계란을 쓰기도 하고, 순수 우리말로 닭이 낳은 알이란 뜻에서 달걀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 계란은 ‘타마고’인데 ‘타마’는 구슬의 순 일본말이며 ‘고’는 물건의 뒤에 붙이는 접미사로 한자어 아들 ‘자’를 쓴다. 굳이 풀자면, ‘구슬의 아들’이 달걀인 셈이다.

영어로 달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에그(egg)이며, 중국에서는 닭의 알을 뜻하는 ‘지단’(鸡蛋)이다. 참고로 ‘鸡’(지)는 닭 계(鷄)자의 중국식 간체자이며 ‘蛋’(단)는 경단과 같이 동그란 모양을 뜻하는 한자어 ‘단’이다. 굳이 우리말로 풀자면 닭의 경단이 계란이다.

참,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달걀이 종교적 매개물로도 크게 활약하고 있다. 이른바 부활절 계란으로 불리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가 그것이다. 부활절 계란은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와 같이 죽었다가 부활한 예수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냥 심심하게 부활할 수 없어서 형형색색으로 장식한 달걀을 통해 부활한다. 그런데 당초 취지와 달리, 기독교인들은 이 부활절 계란을 먹어 버린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이것으로써 2019년도 봄학기 ‘식탁 위의 인문학’을 마치도록 하겠다. 졸고를 끝까지 읽어준 독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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