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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페이스북 옥상에는 여우가 산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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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7  14: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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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살며 공자님 말씀만을 읽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내부직원의 초청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페이스북을 귀인의 도움으로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창고형 박스 건물로 이어진 캠퍼스는 쇼핑몰인지 대학캠퍼스인지 모를 정도로 카페, 오락실, 공연장, 운동시설 등이 북적이고 사무실은 뻥 뚫린 공간에 파티션도, 업무부서 구획도 없이 일을 하는 건지, 뒹구는 건지 모를 정도다. 

복지시설과 혜택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아하, 이게 말로만 듣던 실리콘밸리의 첨단회사 분위기인가? 방문기를 검색하면 자세한 정보가 많으니 현장 묘사는 이만.

안내하시는 분이 마침 ‘인사담당자’라 학생들이 눈에 밟혀 우문을 던지니 현답이 돌아온다. “페북이 눈여겨보는 채용기준은 무엇인가?” 

첫째 다양성, 둘째 다른 이들과는 다른 사고방식, 셋째 일을 하며 갖추어야 할 소통능력. 한마디로 “따로 또 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업무역량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 함정 아닌 함정. 이런 기준들을 집약해놓은 상징이 아마도 옥상정원의 여우가 아닐까 싶다. 

축구운동장 9개 크기 정도의 옥상에 숲을 가꾸어놓았더니 설치류 등이 서식하게 되고 그에 따라 여우가족도 들어오게 됐다.

‘최첨단’일거라고 생각한 공간에 식물원 버금갈 우거진 숲을 조성한 것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거기에 야생의 생명들이 깃들기 시작한 건 지니의 마법이라 할 밖에. 마치 ‘종의 다양성까지도 우리는 받아들입니다.’라는 광고를 보는 듯하다. 

여우가족의 페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주고 그들과 친구 맺기! 먹이를 주거나 쫓아다니지는 말아달라는, 먼발치에서 그저 야생의 삶을 존중해주라는 ‘소통’에 관한 안내문.

직업병으로 인한 진지모드가 발동, 자문하기 시작한다. 어딘가에서는 구호에 그칠 뿐인, 누구나 알고 있고 아무나 말해줄 수 있는 이런 기준들이 여기서 생생하게 육화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편견을 움틔울 여러 조건(학벌, 종교,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창고에 쑤셔 넣고 내 앞에 서 있는 호모사피엔스를 나와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할 자세가 되었는가?” “전두엽에서 맴도는 수준이 아니라 뇌세포 깊숙한 변연계에서 그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더욱 나은 삶을 열기 위해 우리는 도마뱀 수준의 뇌를 세척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마음가짐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진창에서 목소리 높여 싸우고 피 흘리기까지 한 결과로 쟁취하게 된 보편적인 세계시민의식이 아니던가. 

타자에 대한 끊임없는 존중과 배려, 상대의 이견을 마주해 숙고하고 지속적으로 토론함으로써 위선과 허례로 가리고서 짐짓 아닌 체하는 벌거숭이 임금님을 일깨워 주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은 모래 위에 집을 지으려는 것과 진배없다. 더욱이, 이 모든 사유의 걸음을 온전히 자신의 근육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자, 여러분들은 여우를 불러들일 숲을 조성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찬 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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