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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온갖 소리가 뒤섞이면 '백색 소음' 특정 음높이 유지하면 '칼라 소음'영어의 'White'는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 행하거나 백인 사이에서도 계층, 직업 차별하는 무서운 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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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1  1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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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촬영된 한여름의 사진. 자정임에도 불구하고 도심 뒤편에 걸려 있는 초저녁과 같은 황혼이 북반구의 백야(白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주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한자어를 기반으로 흰 ‘백(白)’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들은 대개 ‘진실’ ‘밝음’ ‘순수’ 등과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예를 들면 맛이 산뜻하고 느끼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흔히 ‘담백(淡白)’하다고 표현한다. 물론,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밝고 하얗다는 의미의 ‘명백(明白)’이며 죄가 없음을 강변하며 깨끗하고 하얌을 주장하는 것은 ‘결백(潔白)’이 된다.

이와 함께, 말하는 행위가 자신의 속내를 남김없이 드러낸다는 의미로 흰 ‘백(白)’을 사용하는 것, 또한 한자 문화권만이 지닌 독특한 특징이다. 그리하여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독백(獨白)’, 상대방이 있지만 청중들만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방백(傍白)’이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이실직고하는 것은 ‘자백(自白)’으로 통용된다. 모르긴 해도, ‘침묵은 금’이라며 말을 아끼는 신언(愼言) 사상으로 입 조심을 강조해온 한자 문화권에서 말은 속을 보이는 것을 의미했기에 흰 ‘백(白)’이 말한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사용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영어에서 하얗다는 의미의 ‘White’는 그 용례가 우리네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면, 집의 외양이 하얗다고 대통령 집무실을 ‘화이트 하우스(백악관)’라고 부르며 피부가 눈처럼 희다고 해서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 즉 ‘백설 공주’라고 직접 묘사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우익 세력의 ‘백색 테러(White terror)’ 역시, 색에 기원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자신들의 상징색을 빨강으로 정했던 볼셰비키(러시아 공산당)에 맞서 왕당파와 자본가, 지주 등이 조직했던 우익 군대가 흰색을 상징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익에 의한 테러는 ‘백색 테러’로 불리며 ‘적색 테러’로 불리는 좌익의 그것과 구별되기 시작했다.

한편, 영어 사전을 들춰 보니 흰색으로 유명한 여타 단어로는 백마 탄 기사를 의미하는 ‘White knight(백기사)’가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백열 전구라는 국어 역시 ‘White heat’이라는 영어에서 왔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흰색을 띨 정도의 고열을 내뿜는 전구라는 의미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다른 용어로는 백색 소음인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가 있다. 마치 빛이 모든 스펙트럼을 망라해서 밝게 되는 것처럼, 소리 역시 다양한 음역대가 합쳐진 것이 이른바 ‘화이트 노이즈’이다. 쉽게 말하자면, 낮은 소리, 높은 소리, 굵은 소리, 가는 소리, 청명한 소리, 둔탁한 소리 등이 어우러진 잡음이 ‘화이트 노이즈’라는 것이다.

이러한 백색 소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어, 일정 한도 이상으로 소음이 커지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백색 소음과 달리, 특정 음높이를 유지하는 소음은 ‘칼라 소음’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일곱 가지의 무지개 빛깔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백색 소음에서 각각 일정한 음높이의 소음들을 분리해 내면 칼라 소음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White night’인 ‘백야(白夜)’ 또한 우리에겐 친숙한 단어다. 호기심에 좀 더 조사해 보니, 백야 현상은 북위 48도 이상의 국가에서만 발생하며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18도 이상 내려가지 않기에 해가 진 다음에도 하늘이 동 트기 전처럼 어슴푸레해진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백야는 일반적으로 북반구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인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함께, 아이슬란드, 러시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한편, 인종 차별적인 용어에서도 영어의 ‘White’는 피부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화이트 니그로(Whitenegro)’ 또는 ‘화이트니거(Whitenigger)’이다. 여기에서 ‘니그로’ 또는 ‘니거’는 흑인을 경멸적으로 이르는 용어이며, ‘화이트 니그로’와 ‘화이트 니거’는 먼 조상 중에 흑인이 있는 백인이나 흑인의 인권 옹호를 위해 투쟁하는 백인들을 멸시해 부르는 단어들이다. 물론, 인종 차별이 공식적으로 철폐된 21세기 현재에는 이 낱말들이 공공연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미 흑인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비극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인 단어들이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백색 노예’를 뜻하는 ‘White slave’는 매춘을 강요당하며 매매된 백인 여성을 의미하며 가난한 도시 백인이나 공장 노동자들은 ‘화이트 푸어(White poor)’나 ‘화이트 트레시(White trash)’로 불린다고 한다. 참으로 무지막지한 ‘화이트’의 용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 직업을 의미하는 ‘화이트 컬러’ 또한 직업 차별적인 용어로 흰색이 사용된 경우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기에 하얀색의 빳빳한 목깃인 컬러(Collar)를 의미하는 화이트 컬러는 청색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블루 컬러(Blue collar)와 대조되는 용어다. 덧붙이자면 미국에서 남부 농촌 지역의 저임금, 저소득 백인 농민들은 하루 종일 땡볕 아래에서 일하기에 목이 빨갛게 변했다는 뜻에서 ‘레드넥(Redneck)’이라고 불린다.

한편 최근에는 생산 공정의 컴퓨터화에 따라 생산 현장에서의 노동자도 화이트컬러적인 작업에 종사하게 되어 ‘그레이 컬러(Grey collar)’로 불리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 광고, 첨단 기술, 앤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 종사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은 ‘골든 컬러(Golden collar)’로 불린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흰색과 관련한 한자어에 대해 알아보고 흰색의 대조색인 검은색에게 바통을 넘기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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