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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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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5  1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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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복절을 맞아, 쓰레기에 신음하는 내 연구실도 좀 해방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에 굳이 학교에 나간다며 미간을 찡그린 아내를 뒤로하고, 정말 열심히,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청소를 했다. 수많은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잊혀있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일종의 보너스랄까? 그러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오래된 시계 하나가 낡은 상자 안에서 발견되었다.

한 3년 정도 자취를 감췄었던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계를 흔들었다. 째각, 째각.. 고맙게도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시계는 작동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전자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식이다. 쉽게 말하면, 전자식은 건전지를 넣는 시계이고, 기계식은 태엽을 감는 시계이다. 최근에는 automatic이라고 하는 자동 기계식 시계가 더 일반적인데, 이 자동 기계식 시계는 시계를 움직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겨 시계가 돌아간다. 이번에 내가 찾은 것도 자동식 기계 시계였다.

자동식이라고 해도 기계 시계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다. 무겁고, 두껍다. 내구성도 약하다. 유지 보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저가의 기계식 시계의 경우 하루에 평균적으로 10초 정도, 한 달이면 5분의 오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전자식 시계가 발명되기 전에는 모든 시계가 기계식이었으니, 당시에는 시계를 가지고 있어도 정확한 시간을 알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때의 사람들은 시계를 차고 다니려고 했을까?

‘시간은 공평하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많은 일이 벌어지는 긴 시간이 되고, 누구에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불공평하다.’ 시계를 통해 시간에 눈금을 매기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흘러가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었던 욕심이 아니었을까?

대학에 와서 많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시간 날 때 뭐해요?’라는 질문에 흔하게 들었던 답변은 ‘뭐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였다. 그 때 나는 이런 조언을 해 준다. 한 번 자신의 하루를 정확하게 기록해 보라고.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책을 봤고, SNS에서 문자를 보냈으며, 가족들과 연락을 했고, 밥을 먹었는지를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 보라고 한다. 나도 이렇게 해 본 적이 있다. 느꼈던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헛되게 시간을 보낸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자유 시간을 선물 받는다. 1주일에는 168시간이 있고, 이 중에서 18시간의 수업을 제외하면 그 외의 모든 시간은 자유롭다. 단언하건데, 이 정도의 자유 시간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다시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그 자유로운 시간에서 주인이 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대학생이 되어버린 학생들은 그 시간의 노예가 될 뿐, 주인이 되지는 못한다.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학생에게 게임 심리학이라는 분야를 소개해 주었을 때, 고민 끝에 그 학생이 해준 말은 ‘게임이 좋았던 게 아니라 할 게 없어서 한 것 같아요’라는 말이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잡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처럼 이 시간의 주인이 되느냐 노예가 되느냐는 여러분의 몫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최훈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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