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 세상 모든 지영이에게
박지현 기자  |  jihyun@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02  08:34:0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얼마 전, 오랜만에 엄마와 영화를 보러 갔다. 개봉 전부터 꼭 엄마와 같이 보리라 다짐했던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영화는 악인도, 선인도, 반전도 없이 담담하게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인 김지영의 삶을 풀어냈다.

  영화의 내용은 잔잔했지만, 그 속은 무거웠다. 1982년 봄에 태어난 김지영(정유미)은 남편 대현(공유)과 어린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잘나가던 홍보대행사 직원이던 지영은 출산 후 퇴사를 하고 육아와 살림에 전념한다. 

  그러던 중 지영은 언젠가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며 마치 빙의라도 된 것 같은 행동을 보인다. 대현은 그런 지영을 걱정하지만,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지영이 살아온 삶의 단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영화 속 지영이 겪은 일들을 보고 참 공감이 갔다. 엄마도 공감이 갔는지 영화를 보며 눈물을 보이셨다. 엄마가 우는 것은 처음 봐서 적잖이 당황했다. 당신의 삶을 떠올렸던 걸까, 당신의 어머니가 생각나서일까, 아니면 두 딸 생각에 그러셨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옆에서 울고 있는 엄마가 신경 쓰였다. 여태껏 엄마와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며 나와 같이 눈물 흘리는 엄마를 보고 처음으로 엄마와 내가 살아온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엄마는 결혼하기 전 의류유통회사에서 일했다. 작은 회사에서 몇년을 노력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엄마는 해외 지사로 발령받는 기회도 생겼다. 하지만 그 무렵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고 나를 가지게 되며 엄마는 회사를 나오게 됐다. 그 후 엄마는 연년생인 두 딸을 낳고 키우며 복직의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두 딸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했다. 

  영화 속 김지영과 너무나도 비슷한 삶을 거쳐왔다. 엄마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엄마가 영화를 보며 우셨던 것이 이해가 됐다. 나도 그런 엄마의 삶을 떠올리며 울었다.
  이해와 존중이 결여된 세상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갈등이 아닌 공감이다. 

  이 영화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의 이야기로 공감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라 화가 났던 것들이 ‘우리’의 이야기가 되며 슬퍼졌다. 시대가 지나고 달라짐에 따라 그 내용과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이야기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김지영’들의 일상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의 삶이 더 달라질 수 있도록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영화 속 지영이 ‘맘충’이라는 말을 듣고 자리를 피하지 않고 반박하며 “저 아세요? 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세요?”라고 반박하는 것처럼, 지영이 포기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박지현 사진부 기자

 
   
 

박지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한강전, 2년만에 우승 깃발 탈환
2
[보도] 복수전공 · 부전공 취소 및 전환 신청 기간 오는 15일에 마감
3
[보도] 박물관의 자랑 ‘문화콘텐츠 메이커스’ 폭발적 인기
4
[보도] ‘2019 Hallym SW Week’ 성황리에 마무리
5
[보도] ‘인문대학 학술 공모전’ 국문·영문·철학 등 6개 학과 11개 행사 개최
6
[보도] 사회복지 4.0, 사회복지대학원 초청 특강 열려
7
[기획] 축구ㆍ농구ㆍ풋살ㆍ스케이트보드장 만들어 ‘체덕지’ 실현
8
[기획] 장애인주차구역에 ‘양심장애’ 일반인 주차
9
[기획] 미래 창업가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탄생의 기회
10
[시사이슈] 시청자 투표결과 조작, 일부 참가자에 특혜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찬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