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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애교(愛校)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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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9  0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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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림대 90년대 초 학번이다. 20년도 훌쩍 넘은 군내 나는 학번이다. 동기는 물론 후배들도 학교를 떠났고, 나보다 먼저 학교에 자리한 교수들과 직원이 퇴직했다. 

여전히 한림대에 삶을 묻고 있는 이들도 세월을 잔뜩 묻힌 얼굴로 내 옆을 지나가곤 한다. 인사까진 아니더라도 이쯤 되면 한마디씩 내뱉을 만도 하다. ‘너도 참 오래 머문다.’라고.

머무는 건 부정적일 수 있다. 나처럼 정교원도 아니고,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조교와 연구원, 강사라는 한정적이고, 부유적인 존재로 ‘여전히’이니 말이다. 조교를 하던 한때, 학생처장이던 한 교수가 늦은 나이에 학교에 머무는 내게 조소 섞인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농으로 웃고 넘겼지만, 내 특유의 유연함도 그 말에는 꽤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난 참 이상했다. 학교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던 사람들 사이에서, 학교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냥 사랑할 것이 더 많아 보였다. 무게의 추가 사랑으로 쏠렸다. 

그 시작은 윤덕선 이사장님과의 추억에서 시작한다. 신입생 환영회 때, 그는 학교가 작다고 여기지 말고 춘천을 캠퍼스로 생각하라고 했다. 영역을 알리는 강아지처럼, 공강이면 학교의 모든 곳과 주변의 모든 곳, 이윽고 춘천의 모든 곳에 찔끔거렸다. 아는 만큼 사랑했고, 마냥 학교가 좋았다.

1학년 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시해 많은 유명인과 마주쳤던 본부건물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이사장과 마주쳤다.
  “우리 학교를 배경으로 소설 하나 부탁하네.” 내가 소설가가 꿈이라 하자 그가 했던 말이었다. 어른의 의미 없는 덕담을 꿀떡 집어 삼킨 나는 학교를 배경으로 꽤나 많은 단편을 썼다. 개중에는 미발표작이 더 많지만, 내 첫 창작집 표지작의 배경이 학교였으니 약속은 지킨 셈이다. 물론 세월의 파고에 그분은 떠나고 없지만…….

나는 학생들이 학교를 사랑하길 바란다. 선택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이제 자신이 몸담은 학교가 아니던가. 해서, 비판과 비난을 가려했으면 좋겠다. 사랑의 마음이 있으면 비판은 더 날카로워지는 법이다.
  나 역시 비판의 날을 높이 세우기도 하지만, 그 밑바탕엔 학교에 대한 사랑이 있어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친구는, 강사 주제에 도가 넘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랬다. 봉황의 먹이인 대나무 열매를 찾아 헤매던 스무 살 청년은, 시간이 흘러 봉황이 쉬어간다는 오동나무가 베어지는 캠퍼스 현실에 슬퍼하는 주제넘은 해어진 중년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캠퍼스를 거닐 때마다 마법처럼 조금씩 회춘하는 나를 느낀다. 공학관 뒤에 있던 굴뚝의 전설도 되새기고, 성심여대의 비너스에 웃음도 흘리고, 자드락 땅 비밀 공간에 놓여있던 두 마리 사자의 출세를 기뻐한다. 깊은 밤 캠퍼스를 산책하던 이외수 작가의 뒤를 쫓던 나를, 이제는 금주(禁酒)가 되어버린 ‘씨알의 터’에서의 막걸리 한잔에 행복해 하던 나를 떠올린다. 

과거에 사로잡혔다는 친구의 말에, 난 그저 씩 웃는다. 그냥 학교를 사랑할 뿐이라고. 그뿐이라고.

 

/이현준 국어국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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