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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자총통(天字銃筒)은 발포 전
김태윤 수습기자  |  bongKTY061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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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6  06: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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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2병’을 겪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 시기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져 우울 증세가 심해지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병이다. 질문을 받고 난 호기롭게 “아니요”라고 답했다. 만족스러운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교우관계 속, 난 자존감이 낮아질 이유가 없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나아가야할 방향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만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며 진로를 그려봤지만 도무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시작만 좋을 뿐 과정은 두루뭉술했고 결과는 흐지부지했다. 불현듯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나를 자랑할 수 있는 소위 ‘스펙’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학생 대부분이 국어공부보다 영어를 더 열심히 한다. 심지어는 외국어 하나로 부족해 제2외국어까지 준비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준비된 무기가 하나 없었다. 기업이 원하는 토익 850점을 얻지 못했고, 제2외국어 자격증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곧 대부분의 대학생이 다 비슷하다며 안주하기 시작했다. ‘나만 준비 안 하는 게 아니잖아?’라고 날 만족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원 자격에 맞는 자격증을 따는 것이 과연 내 무기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난 무기가 없지 않다’ 기업의 수많은 지원 자격들, 토익 몇 점 이상, 제2외국어 자격증 가산점 부여,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 가산점 부여 등이 날 겁먹게 했다. 하지만 날 겁먹게 했던 각종 자격증들은 내 주무기가 아니다. 그리고 저 자격증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곧 나의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 사소한 것도 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을 무기라고 생각하니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대학에 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니 특별한 사람이 많았다. 어느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 떨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 사진을 잘 찍어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 등 그들만의 무기로 무리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천자총통(天字銃筒)’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과 거북선에 사용되었던 조선 최고 화포 무기다. 이는 개발 초에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사용 빈도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끝없는 개발과 시도 끝에 총통 중 최고의 무기가 됐고 조선을 대표하는 화포가 됐다. 이 속에서 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작고 비효율적인 무기 또한 한 나라를 책임질 큰 무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점을 도달하기 위해 키운 힘은 누구나 비슷하게 가질 수 있지만, 나만이 갖는 힘은 차별성이 존재한다. 아직 자신의 무기를 찾지 못했거나 날카롭지 못해 무딘 무기를 가졌거나. 어쨌든 우린 무기를 찾고 견고히 다질 시간이 있다. 전쟁을 치르기 전 개발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아직 천자총통은 발포 전이다.

/김태윤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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