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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존재하는 삶을 그린 영화 ‘소공녀’
원태경 수습기자  |  dory110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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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3  08: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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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운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따뜻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가 아닌 20대 청년이 살아가는 세계를 그린 영화 ‘소공녀’다. 제22회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영화 ‘소공녀’는 대학 중퇴 후 가사도우미를 하며 살아가는 이십대 중반의 ‘미소’의 이야기다.

미소는 조금 특별하다. 4만 5천원의 일당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산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담배, 위스키, 남자친구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람이다. 2014년 새해 첫날, 담뱃값이 4천500원으로 인상된다. 평소 피던 담배는 비싸기 때문에 사지 못하고 4천원 짜리 담배를 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주인은 월세방 가격을 5만원 인상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미소는 ‘5만원이나요?’라며 자신의 집을 빼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그의 일당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소는 자신이 가진 옷을 최대한 껴입고 낡은 캐리어를 끌며 집을 나선다.

미소는 달걀 한판을 사고 대학 시절 밴드를 같이 하던 지인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미소를 반가워하지만 한편으로 불편해한다. 영화 속 그려지는 ‘집’은 미소의 지인들에게 편한 존재는 아니다. ‘집’은 그들을 결박하고 정해진 역할을 강요하는 공간이다. 미소의 지인들은 각자 집이 있지만 집을 포기한 미소만큼 행복하지 않다.

자신이 누구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잃어버린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 그저 의미 없이 굴러가는 일상을 보낼 뿐이다. 반면, 미소는 자신이 확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 미소의 지인 정미는 미소에게 ‘염치없다’며 미소를 비난한다. 과연 미소는 정말 염치없는 삶을 살고 있을까?

사회적 가치와 타인의 취향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취향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켜내는 것은 오로지 본인 선택이다. 이것은 소유하는 삶이 아닌 존재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소유하는 삶은 끊임없이 의무감을 부여한다. 한국 사회는 안정적인 직장, 자신 소유의 집 등이 현대인의 필요조건이라 말한다. 하지만 존재하는 삶은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영화 속 그를 보며 누구는 ‘N포 세대’ 속 살아가는 불쌍한 청년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현실을 모른 채 답답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미소가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회가 들이대는 잣대를 뿌리치고 올곧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 자신만의 세상 속 주인공 즉, 세상이 원하는 정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청춘을 즐기길 바란다. 저마다 자신의 선택을 수긍하며 살아간다. 미소가 기호식품을 포기하지 않은 채 끝내 집을 포기한 것처럼. 그의 선택은 누군가에게 어리석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비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자기 삶에서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삶을 살고 있는 청춘들을 응원해야 한다.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이야’라고 말하는 자발적 홈리스 미소의 삶을 존중한다.

/원태경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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