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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박지원처럼 제대로 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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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3  08: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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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년 박지원은 건륭황제의 70세 탄생일을 축하하는 연행사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방문한다.

당시 대다수 조선 지식인들은 청나라를 만주족이 통치하는 오랑캐의 나라라며 무시하였다. 그러나 박지원은 북경을 다녀 온 선배들의 기록을 통해 청나라의 발달한 문명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청나라 방문 전부터 관련 자료를 공부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1780년 여름 삼종형 박명원의 자제군관 신분으로 북경을 향해 출발한다.

열린 생각을 가졌던 박지원이지만 청나라의 국경 도시에 도착 후 선진적 문명과 화려함에 주눅이 들어 순간 청나라 방문을 포기할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그는 객관적으로 선진 문명을 제대로 살펴보겠다고 다짐하며 하인 장복과 지나가는 소경을 등장시킨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장복은 “중국은 되놈의 나라이옵기 쇤네는 싫사와요!”라며 무조건 청나라가 싫다고 한다.

이는 당시 조선 지식인의 ‘우물 안 개구리’식 반응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문화적 발전이 있고, 소통의 여지가 있어도 ‘되놈’이라 하면 모든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던 답답한 조선 상황을 하인을 통해 드러냈던 것이다.

이어 박지원은 소경을 등장시키며 “저야말로 평등의 눈을 가진 이가 아니겠느냐?”라 한다. 이는 편견을 갖지 않으며 ‘되놈’이라는 색안경으로 청나라를 바라보지 않고, 그야말로 소경처럼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백지 상태에서 청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는 그의 다짐이었다.

책문 안 변방 도시를 지나 광활한 요동벌을 만난 박지원은 한바탕 울기 좋은 곳이라며 “호곡장론(好哭場論)”을 펼친다.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캄캄하고 막힌 뱃속에 있다 갑자기 넓고 훤한 세상으로 나올 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요동벌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성리학의 도그마에 갇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조선, 군사력이 아닌 문화의 힘으로 번성하는 청을 아직도 ‘되놈’이라 욕하는 조선, 대부분의 조선인들에게 이런 조선이 어머니 뱃속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었을지 몰라도 너무 커버린 박지원에겐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한 곳이었다.

이에 광활한 요동벌을 보고 한바탕 울기 좋은 곳이라 이야기했던 것이다. 새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진 박지원이었기에 중국 방문 후 조선 최고의 연행록인 <<열하일기>>를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는 250년 전 박지원이 살던 시대의 조선 사람들과 얼마나 다를까? 박지원처럼 편견 없이 새로운 세상과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을까? 남들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이라 착각하며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기준이 아닌 외부 기준에 휘둘려 자존감을 잃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와 다른 생각, 익숙하지 않은 것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배척하고 비난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와 다른 세상을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호기심을 키워 보고 싶지는 않은지? 주류와 다르게 생각하고, 또 나만의 꿈을 꾸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박지원처럼 한번 제대로 울어보고 싶지 않은가?


  /김민호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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