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수첩] 흔들리며 피는 꽃
최희수 편집장  |  sushi17@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29  22:18:5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가끔 그리워진다. ‘그때 참 좋았는데’하면서 괜스레 웃음 짓게 되는 기억들이 떠오른다. 다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던 일, 밤새 기사를 작성하다가 곯아떨어진 기자들을 바라보던 일, 취재 가기 전 함께 사진 촬영하던 사소한 순간들까지. 행복했던 기억들이 스치며 발끝을 붙잡는 것만 같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학보사 기자라서 자랑스러울 때가 참 많았다. 돌이켜보면 기자명함을 받아들었던 2018년 여름이 가장 그랬다.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보고 있으면 샐쭉 웃음이 나기도 했다. 기자로서 자리 한켠을 배정받은 것도 좋았고 매주 발행되는 신문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도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랐다.

학생이자, 기자 신분으로 대학생활을 한 것이 가끔은 후회되기도 했다. 학내 모든 행사에 관심을 가지는 일뿐만 아니라 취재를 갈 때는 항상 복장을 갖춰 입어야 했고, 행동 하나하나 신중해져야 했다. 수업을 들을 때도 ‘학보사 기자’라서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다. 임기를 마치며 생각해보니 내가 기자임을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에 그만큼 집념이 따랐던 것 같다.

첫 취재부터 욕심이 많아 다들 기피하는 어려운 주제를 도맡았다. 방학 기간 이뤄진 취재로 인해 먼 고향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7시간을 통학하며 취재원들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그냥 전화로 취재해’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얻는 정보와 전화는 큰 차이가 있단 걸 알기에 발로 뛰기를 자처했다. 이름을 달고 쓰는 기사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혹여 잘못된 기사가 발생할까, 지금까지 작성한 기사의 취재자료를 단 한건도 버리지 못했다.

많이 힘들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던 기자들과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기도 했고 얼굴조차 모르는 익명의 비난에 상처받기도 하면서 학보사 기자 일을 계속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고민을 언제 하기라도 했냐는 듯이, 기자로서 24번, 편집장으로 12번의 마감을 마쳤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700호’ 특집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벌써 마지막 마감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들인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넘지 못할 큰 산으로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니 추억이라고. 별일을 다 겪어 봤기에 지금처럼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름 옆에 항상 따르던 ‘학보사 기자’라는 수식어를 이제는 정리하려 한다. 찰나지만 한림학보 편집장으로, 그리고 기자로서 글을 작성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안 좋은 기억은 모래에 적고 좋았던 기억은 바위에 새기고 또 다른 내 자리를 찾아서 떠나려 한다.

오랫동안 앉아온 자리를 떠나는 것이 어려울까 아니면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울까. 학보사에 입사했다가 퇴임하는 지금처럼, 다시 한번 씩씩하게 이 두 가지 일을 시작하려 한다. 애정이 잔뜩 남아 있는 공간에 가장 친애하는 사람들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굳이 재촉하지 않겠다.

 

 

/최희수 편집장

   
 

최희수 편집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우리 대학의 올림픽 ‘Intramural League’ 성료
2
[보도] 중국 유학생의 축제 ‘한·중우호의 밤’ 개최
3
[보도] 높은 공약 이행 속 아쉬움 남아, “제 4차 전학대회”
4
[보도] ‘2019 춘천 대학 장사 씨름 한마당’ 열려
5
[보도] 수업도 듣고, 대회도 참여하자!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
6
[보도] 뛰어난 한림의 위인 ‘올해를 빛낸 Hallymer’ 선정
7
[보도] 2020년을 이끌 학생회 당선자, 총장과 간담회 가져
8
[보도] ‘한림합창단’ 아름다운 화음으로 추억을 꺼내다
9
[시사이슈] 음원 사재기 폭로전 … 사실 밝혀질까
10
[시사이슈] 인권위법 개정안 논란 … 반대와 혐오 사이 ‘성적 지향’ 줄다리기반대와 혐오 사이 ‘성적 지향’ 줄다리기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찬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