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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미국이 만든 지구촌 최대의 파란색 히트 상품, ‘청바지’ 이를 즐겨 입은 육체 노동자들, ‘블루칼러’로 불리기도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고의 파란 물감만을 고집해 그래도 배신자 유다 그릴 때는 값싼 파란색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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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22: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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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독일 쾰른의 한 청바지 가게에 전시된 마네킹들. 모두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쪽’이라는 풀에서 방출되는 ‘인디고’를 통해 파란색 물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파란색 물감은 매우 비쌌다. 물론, 청금석에서 추출해 낸 아프가니스탄산 군청색 물감 역시, 그 가격이 무척 비쌌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산 군청색 물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최고의 물감을 고집하는 특A급 화가들에 의해서만 소비되었다. 반면, 가난한 화가들은 남동석으로 만든 저렴하기에 채도와 명도가 낮은 파란 물감을 사용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고의 물감만을 고집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예수의 제자였던 유다를 그릴 때는 값싼 물감을 사용했다는 것. 배신자 유다에게 최고의 물감은 사치였던 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청금석 물감은 원석을 아주 곱게 갈아야 했는데 그 과정은 무척 더디고 고됐다. 그렇기에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도자기와 메소포타미아의 조각상, 이집트의 장신구, 그리고 중세의 채색 필사본과 같이 최고의 예술품에는 이 청금색 염료가 사용되곤 했다.

한편, 비싸디 비싼 청금석을 대신해 서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청색은 양배추과의 ‘대청’이라 불리는 꽃풀에서 추출됐다. 진한 청색에서부터 옅은 청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청’은 오랜 기간 동안 유럽에서 각광받는 염료였다. 잡초를 발효시켜 산소를 모두 제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했던 이 염료는 염색 중인 천을 염료 통에서 꺼내면 처음엔 누르스름해 보이지만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화학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며 파랗게 변해 마법과도 같은 효력을 지닌 색으로 여겨졌다. 구리가 오랜 기간에 거쳐 공기 중에서 산화가 되면 파란 청동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치 오래된 구리 동전이 파란색을 띠는 것처럼.

유럽이 ‘대청’으로 푸른색을 냈다면 메소포타미아와 아시아 일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는 수천 년 동안 ‘쪽’이라는 풀로 옷을 염색했다. 지난 시간에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역시, 식물의 일종인 ‘쪽’은 콩과 식물로 인도 북서부의 인더스 계곡에서 처음 재배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영 박물관에 가면 고대 이집트인들도 사용했던 바빌로니아의 ‘쪽’ 염색법이 2,700년 전의 석판에 기록돼 있다고 한다.

그런 ‘쪽’은 ‘대청’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 사랑받았다. 우선 ‘쪽’은 생산 비용이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염료 생산량도 훨씬 많았고 질도 뛰어났다. ‘대청’은 양모를 제외하면 착색 대상물에 잘 흡수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쪽’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인도에서는 쪽빛이 유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배 계급인 브라만이 천은 자연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강하게 지녔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같은 믿음은 전통으로 굳어졌다가 종래에는 ‘쪽’을 우연히 만지기만 해도 지위를 박탈당할 정도의 절대적인 금기로 고착되었다.

하지만, 최상위 지배 계급에게 접촉조차 금기시되어온 ‘쪽’은 정작 인도 민간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쪽’에 대한 금기가 악마에게도 고스란히 통용돼 악마를 물리치는 강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의 안전을 기원하고자 하는 인도의 어머니들은 ‘쪽’으로 염색한 면에 청색 구슬을 매단 팔찌를 자신의 아이들에게 채워주었다. 마치,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져 귀신들이 제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동지섣달 그믐날에 귀신들이 싫어하는 색인 붉은 색을 띤 팥죽을 쑤어 온 가족에게 먹여온 한국의 전통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한편, ‘쪽’을 터부시한 힌두교 상류 계급의 풍속 때문에 인도에서 푸른색을 염색하는 것은 무슬림들이 담당했다. 그리하여 무슬림들은 오줌으로 가득 채운 통에서 쪽잎을 발효시켜 초록색 쪽잎을 노란 색으로 염색한 후, 오줌통에 담갔다가 공기 중에 노출시켜서 파란 쪽빛 염색 천을 얻곤 했다. 이러한 작업은 당연히 일반 부락과는 한참 떨어진 후미진 곳에서 행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의 쪽빛 염색물들은 가장 지저분한 염료 속에서 가장 천대받는 사람에 의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지역으로부터 탄생되었다.

한편, 유럽, 아시아와 달리, 미국은 그들만의 파란 색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른바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청바지가 그것이었다. 청바지는 레비 스트라우스라는 젊은 독일계 유대인 사업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그는 ‘데님’이라고 불리는 뉴햄프셔산 면직물을 판매한 도매상이었다. 한편, 데이비스라는 라트비아계 유대인 이민자는 재단사로서 레비 스트라우스로부터 사들인 데님 천으로 텐트와 말 담요, 마차 덮개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1870년의 어느 날, 고객 한 명이 벌목꾼 남편의 작업복 바지 하나를 주문해 오자 오늘날의 청바지에 해당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건네 주었다. 일명 ‘오리 천’이라 불리는 ‘리넨 캔버스’로 바지를 만든 뒤, 구리 리벳으로 솔기와 주머니의 재단 부위를 보강한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청바지는 그 유용성과 디자인에 반한 벌목꾼의 동료들에 의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데이비스는 사업 제안서를 들고 스트라우스를 찾아가 공식적인 동업을 제안했고 이후, 이들은 데님 공급과 제품 생산으로 이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진’으로 이름을 결정한 바지와 함께 셔츠를 팔기 시작했다. 물론, 청바지와 함께 청셔츠를 구입했던 이들은 육체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유는 때가 덜 타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이때부터 육체 노동자들은 ‘블루셔츠’ ‘블루칼러’로 일컬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번 회로서 2019년도 가을 학기의 ‘색깔 인문학’을 마치고자 한다. 모두들 기말 고사 잘 치르고 겨울 방학 알차게 잘 보내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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