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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K팝 그룹 이름 보면 한국인의 색깔 사랑 압도적원래 얼굴과 피부빛 의미하던 색, 동서양 모두 인식 같이 해 이성 좋아해도 “색을 밝힌다”고 표현하며 여색, 남색이라 지칭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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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8  1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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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의 명소, 카파도키아 상공을 비행할 열기구의 거대한 풍선. 형형색색의 강렬함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어느새 2020년의 봄 학기가 시작됐다. 12지간의 첫 번째 동물인 쥐의 해, 경자년(更子年)이지만 캠퍼스 안팎의 풍경이 산뜻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을 시발(始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해서, 누구보다 많은 꿈과 희망을 안고 한림대 캠퍼스를 누비고 싶었을 새내기들을 생각하면 작금의 사태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을 뿐이다”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를 뿐이다. 그래도 어이하랴! 산 사람은 살아서 일해야 하고. 연극은 무대 위에 올려져야 한다.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 지난 학기에 이어 한림학보의 도움을 받아 ‘색깔의 인문학’ 그 2탄을 이번 학기에도 연재하는 변(辯)이다. 그럼, 2020년 ‘원더키디’의 해, 오프닝은 색을 둘러싼 서설(序說)이다. <필자주>

중국어로 ‘색’이라는 한자어는 ‘色’이다. 중국 한자의 어원을 풀이한 「설문해자」에 따르면 색(色)은 본시, 얼굴빛인 안색(顔色)을 의미하는 한자어였다. 마찬가지로 영어 ‘컬러(color)’는 피부색을 의미하는 표면이라는 뜻의 라틴어 ‘콜로르(color)’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서양 두 문화권 모두에서 ‘색‘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인류의 얼굴과 피부에서 보았다는 의미다. 모르긴 해도, 지구상의 수많은 색들 가운데 인류 문명이 형성된 이래, 인간을 가장 놀라게 했던 색깔이 피부색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흑인이 백인을 만났을 때, 아시아인이 유럽인을 만났을 때, 지중해성 피부의 로마인이 파랗게 분장한 켈트인을 전장(戰場)에서 만났을 때의 충격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 색이 미치도록 아름다워서였을까? 이성을 밝히는 것도 색을 밝히는 것이요, 그 이성이 남성이면, 남색(男色), 여성이면 여색(女色)으로 통용되니 말이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지금도 여색을 밝히는 관리를 색관(色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러 가지’를 의미하는 단어가 ‘이로이로(いろいろ)’인데 한자어로는 ‘色色’이라고 표현한다. 말하자면 색으로 사물이나 대상의 종류를 구분하는 이들이 일본인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시각 문화는 형형색색의 다채로움을 대단히 좋아한다. 상품도 글자도, 디자인도 공간을 꽉 매운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 속에 온통 다채로운 색깔로 꽉꽉 들어차게 장식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 흑백 사진이나 흑백 TV는 ‘모노쿠로 샤신,’ ‘모노쿠로 텔레비’로 불린다. ‘모노쿠로’란 단색을 뜻하는 독일어 ‘모노크롬(monochrom)’의 일본식 발음이며 ‘샤신(しゃしん)’은 사진의 일본어이다. 말하자면 일본에서는 흰색이나 검은 색 가운데 하나를 색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빛의 반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볼 때, 일본인들의 인식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붉게 비치는 도자기는 도자기 표면의 분자가 빨간색을 제외한 모든 광선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즉 빨간색만 반사가 되어 빨간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므로 도자기가 빨갛게 보인다는 것이다. 해서, 만일 빨간 도자기에 녹색광선을 비출 경우, 빨간 도자기는 우리 눈에 검은 도자기로 비춰지게 된다. 빨간 광선이 도자기에서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빨간 광선 자체가 도자기에서부터 반사돼 나오지 않는 까닭에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흰색은 반사광이지만 검은색은 반사광이 전혀 없는 무색(無色)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눈동자가 검은 우리가 보기에 눈동자가 푸르거나 초록색인 경우는 색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예전부터 중국에서는 유럽인들을 ‘색목인(色目人)’이라고 불렀다. 한자어를 풀어보면, 색 ‘색(色)’에 눈 ‘목(目)’자를 써서 눈에 색깔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돌이켜 보면, 인류는 색으로 계급을 구분 짓고 의식을 진행하며 부를 축적한 동시에 미신을 조장하고 상징을 극대화해왔다. 중국에서 노란색은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이슬람권에서 여성들은 검은 차도르를 둘러써야 했다. 또, 중세 이후의 유럽에서는 파란색을 제조할 수 있는 자가 엄청난 부를 챙겼으며 검은색은 지구촌을 통틀어 언제 어디서나 죽음의 색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색 결정주의는 현대에 와서도 이어져 국기와 브랜드, 로고와 마크 속에서 해당 국가와 해당 공동체, 해당 회사와 해당 조직의 이념을 표상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한편, 온갖 색의 향연인 무지개를 놓고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무지개를 뜻하는 중국어 ‘홍(虹)’은 용 두 마리가 마주 보고 하늘을 향해 반원형으로 물을 뿜는 모습을 형상화한 형성 문자다. 형성 문자란 ‘홍(虹)’의 부수인 ‘충(虫)’은 뜻을, 부수 옆의 ‘공(工)’은 소리를 의미하는 문자. 더불어 영어의 ‘rainbow’ 역시, 비 온 뒤의 곡선을 의미하는 ‘rain’과 ‘bow’의 결합어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말 ‘무지개’ 또한 물의 옛말인 ‘믈’과 문을 뜻하는 ‘지게’가 합쳐져 탄생한 낱말이다. 비가 오고 난 뒤, 천상으로 가는 아름다운 빛깔들의 문을 무지개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우리네 조상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색이 해외 여행에 사용되면 백색에서부터 황색, 적색, 흑색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나라와 위험한 나라를 나누는 경고등이 된다. 학문을 둘러보면 색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역사학일 게다. 다름 아닌 청사(靑史)란 표현 때문이다. 종이가 없었던 옛날, 푸른 대나무의 껍질을 불에 구워 푸른빛과 기름을 없애고 역사를 기록한 데에서 유래한 청사(靑史)는 하얀 종이에 역사를 기록하기에 이미 백사(白史)가 되어야 마땅한 지금껏 역사를 의미하는 상징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K 팝계에서도 색깔은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데 일익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제는 세계적인 K팝 그룹이 된 ‘블랙 핑크’ ‘레드 벨벳’을 비롯해 ‘오렌지 캬라멜’ ‘에이 핑크’ 같은 그룹들이 줄줄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해외 유명 그룹으로는 ‘핑크 플로이드’ 정도만이 눈에 띄니 한국인들의 색깔 사랑이 K팝의 열풍과 함께 유별나게 보이긴 한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황금의 색깔, 노란색을 시작으로 이번 학기의 색깔 오디세이를 떠나 보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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