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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전통 오방색의 으뜸으로 중앙을 의미하는 ‘노란색’ 노란 리본은 오늘날의 필리핀 민주주의 탄생시켜중국 황실의 상징은 황룡, 한국 청와대의 상징은 노란 봉황 21세기 지구촌에서는 어린이 통학 버스, 모자, 가방 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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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5  18: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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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통의 오방색에서 중앙을 차지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사진은 노란색을 가운데에 배치한 오방색 상자. (이미지 출처: 네이버)

문: 한국 전통색인 오방색의 하나로 중앙을 차지하는 으뜸색은?

답 : 노란색입니다.

오방색(五方色)이란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 서, 남, 북, 그리고 중앙을 의미하는 색깔로 동쪽이 푸른색, 남쪽이 붉은색, 서쪽이 하얀색, 북쪽이 검은색, 그리고 중앙이 노란색을 의미한다. 동쪽이 푸른색인 까닭은 태양이 뜨면서 만물의 소생을 주관하기에 그 출발점인 식물의 푸른 기운을 표상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초록색이 아니고 푸른색일까? 이는 인류가 오랜 세월, 푸른색과 초록색을 엄밀히 구별하지 않았던 까닭에 있다. 물론, 자연에서 초록색 염료를 얻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더불어, 남쪽은 해의 기운이 가장 왕성하기에 붉은색을, 서쪽은 쇠의 기운을 대표하는 동시에 해가 지는 곳이기에 만물의 기운이 다하는 겨울을 의미하는 하얀색이다. 이와 함께 북쪽은 빛이 없는 어둠의 색, 검은색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중앙은 지구이자 대지를 상징하는 노란색이다.

그런 오방색을 전설의 동물로 풀어낸 것이 이른바, 주작, 현무, 청룡, 백호, 그리고 황룡이다. 주작은 붉은 새로 남쪽, 현무는 검은 색의 거북이와 뱀이 합쳐져서 북쪽, 청룡과 백호는 푸른 용과 흰 호랑이로 동쪽과 서쪽을 각각 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주재하며 중앙을 담당하는 상서로운 동물이 황룡이다. 해서, 고대부터 스스로를 세계의 중원에 해당한다고 믿었던 중국에서는 황룡이 황제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그러고 보니, 한자어조차 지구상의 가운데 있는 나라라는 의미에서의 중국(中國)이 아니던가? 자연히 황룡은 중국 황실 이외의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기에 조선의 경우에는 왕의 뒤에 ‘일월오악도’를 그려 넣은 병풍을 사용하고 해태상을 경복궁에 세워 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이 같은 전통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대한민국 청와대는 문양으로 봉황을 그려 넣고 있다. 그래도 황룡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서일까? 청와대의 문양을 의미하는 봉황 색은 노란색이다.

그렇게 중국과 한국에서는 중앙을 나타내는 으뜸색이지만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에게 적용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코흘리개 색깔로 전향되는 색 또한 노란색이다. 병아리를 의미한다는 뜻의 노란색은 그리하여, 노란 버스를 필두로, 노란 모자, 노란 가방 등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온통 휘감는 색이 되고 만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로 미국에서는 통학 버스가 노란색이며 일본에서는 소학교의 1학년생의 등교용 모자가 노란색이다. 참고로 소학교란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기관. 해서, 일본 소학교 1년에 들어가게 되면 학교에서 나눠준 노란 모자를 쓰고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노란색 비닐 커버를 씌운 네덜란드식 배낭형 가방, ‘란도세루’까지 메고 등교를 해야 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 노란색이 아이들의 버스와 모자, 가방을 떠나 리본으로 옮겨지면 사랑과 애도, 지지와 추모를 의미하는 메시지를 띠게 된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그룹 ‘토니 올랜도 앤 돈’이 부른 1973년 곡 ‘더 옐로우 리본 라운드 더 올드 오크 트리(The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이다. ‘옛날 그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어주오’라는 긴 제목의 노래에서는 한 남자가 3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집으로 돌아오며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자가 아직도 자신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 하는 가사가 등장한다. 미리 보낸 편지를 통해 동네 어귀에 있는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놓는다면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만일 없더라도 스스로를 탓하며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마을을 떠나겠다는 내용의 노래는 결국, 100개의 리본이 참나무에서 펄럭이는 것을 본 주인공이 감격 어린 귀향길을 맞이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컬러인문학」의 저자, 개빈 에번스에 따르면, 이 노래의 작사가 러셀 브라운은 미 남북전쟁 당시 조지아에서 남부군 포로가 됐다가 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편지를 보낸 한 남자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그런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 보니 마을 어귀의 참나무 가지에 노란 리본 100개가 달려 있었고. 이후 노래 가사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말미암아 시나브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때문에 3년간 미국에 망명해야 했던 정치인, 베니그노 아키노 2세가 귀국했을 때, 그의 지지자들은 나무 주위에 노란 리본을 묶고 이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민주주의 지도자를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노란 리본의 감동도 소용없이 그는 곧 독재자 마르코스에 의해 암살되고 말았다. 아이러니컬하게 노란 리본의 반전은 이때 시작된다, 아키노의 암살 소식에 분노한 필리핀 국민들이 민주 혁명을 일으켜 마르코스 일가를 필리핀에서 몰아내고 아키노의 아내였던 코라손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이후 노란색은 아키노가의 선거 운동 색깔로 자리 잡으며 아들 베니그노 3세까지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노란 리본은 유럽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병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한다. 특히, 1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군인들의 아내, 애인, 어머니들은 이 노란 리본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했다. 그런 전통이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한국인들의 가슴을 장식하게 된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일이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달기 시작한 노란 리본은 마침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대표적인 상징물이 된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예술에 사용된 노란색을 중심으로 화제를 옮겨 보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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