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수첩] 여전히 맛있는…
방성준 부장기자  |  lbj@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5.02  11:55: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거기 진짜 맛있더라, 인생 맛집이야 후회 안 해”

스무살 무렵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그래서 방송에도 나온 돈까스 가게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역시나 입소문은 무서웠고 그 맛있다는 돈까스 한 점을 먹기 위해 30분의 대기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긴 대기시간을 지나 자리에 앉았고 돈까스가 나왔다. 남자 둘이 먹기에 양은 턱없이 부족했고 맛 역시 특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싼 이들은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었고 심지어 배부르다고 음식을 남기기까지 했다. 불만족스러웠지만 튀고 싶지 않았기에 티를 내지 않고 그곳을 나와 손님 한명 없는 김치찌개 집에 들어가 주린 배를 채웠던 기억이 있다. 그 김치찌개는 의외로 맛있었고 그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떠한 물건이나 장소 등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로 나뉘기 마련이다. 그것이 여타 비교되는 것에 비할 수 없는 최고의 것이라는 찬사부터 경험했던 것 중 가장 최악이라는 모진 비난까지. 지역에 대한 평가부터 집, 차, 물품 심지어 대학 강의에 대해서도 사람 마다 평가가 다양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그 편차가 크다는 것을. 그래서 누군가 좋다 해도 본인은 싫을 수도. 누군가 싫다 해도 본인은 좋을 수도. 그러나 본인의 평을 말할 때조차 남의 평,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된다. 그 결과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생각마저 속이게 되는 문제가 더러 발생한다.

친한 형이 졸업하기 직전 자주 먹던 그 음식을 안 좋아했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으니 말이다. 안 좋아했으면 말을 하지 왜 맛있다면서 미련하게 먹었냐는 성화에 형은 입을 뗐다. 이유인즉슨, 본인은 맛없는데 눈치가 보여 맛있는 척을 하다 보니 이런 게 맛있는 것이구나 하고 그냥 먹었다는 것이었다. 참 답답하고 미련한 사람이다 싶다가도 우리네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SNS 등에 노출되는 음식, 장소, 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잘 몰라도 그냥 좋은 것이구나 하고 좋다고 하는 모습은 그 형의 모습과 꽤 흡사하다.

‘손님이 이거 없어요? 이거 어때요? 한다고 휘둘리면 안 된다’는 음식점 사장을 향한 백종원의 조언은 비단 음식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수도 없이 많은 평,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인생은 본인의 것이고 선택과 책임 역시 본인의 몫이니 이야기를 듣되 휘둘리면 안 될 것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자주 먹던 족발집이 있었다. 주위에서 ‘거기 변했더라, 별로야’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오랜 기간 먹지 않았던 탓에 정말 맛이 변했는지 궁금했고 옛날에 먹던 맛을 느끼고 싶어 시켜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족발은 맛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넉넉한 양을 제공했다. 인생은 모른다. 족발을 먹기 전까지 만족할 줄 몰랐던 그 날처럼 말이다.

 

/방성준 취재부 부장기자

   
 
방성준 부장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접속이 힘들어요” … 학우 불만 여전해
2
[보도] ‘2020 비대면 강의 우수 수기 공모전’ 개최
3
[보도] 박물관 재개관 기념 '문화콘텐츠 공모전' 개최
4
[기획] 일부 대면 강의 진행 3주차, 학우들 평가는?
5
[보도] 부ㆍ복수전공 취소 및 부전공 전환 신청
6
[보도] 예비 한리머를 위한 ‘2020 재학생 드림리더’ 모집
7
[보도] 한리머라면 "교보문고 할인 받자"
8
[시사이슈] 이번엔 물류센터,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비상
9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10
[동계현장 실습 인터뷰]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발전했어요"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찬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