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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서구에서 노랑은 배신, 차별, 분노의 부정적인 색, 서양화에서 예수 배신한 유다는 노란색 옷에 입혀정신분열증 환자가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 간질 앓은 고흐도 노란색에 강한 애착 보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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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2  1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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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미술의 서막을 연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 본도네의 작품, ‘유다의 입맞춤.’ 이탈리아 북부 도시 파보다의 스트로베니 성당에 그려진 예수의 여러 수난 그림 가운데 하나로 노란색 옷을 입은 유 다가 예수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20세기의 현대 사회가 노란색을 리본과 결합시켜 사랑과 애정, 추모와 애도를 상징화했다면, 20세기 이전의 서구 사회는 노란색을 겁쟁이의 색인 동시에 평판이 좋지 않은 색으로 평가절하했다. 영어에서는 경멸스러운 사람을 가리켜 ‘망나니’라는 의미에서 ‘노란 개(yellow-dog)’라 불렀으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질투심에 못 이기면 ‘얼굴이 노랗게 된다(yellow with envy)’고 표현했다. 노란색은 또 중세 유럽의 연극과 회화에서 위선과 기만, 죄악의 색으로 널리 통용되며 이단자와 암살자, 위조범을 묘사하는 대표색으로 맹활약(?)했다. 그런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10세기의 프랑스에서는 반역자와 범죄자의 집 문을 노랗게 칠해 불명예의 낙인을 찍었으며 스페인에서는 사형 집행인의 옷 색깔을 노란색으로 염색했다.

하지만 노란색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결부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중세 유럽 회화에서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에게 노란 색 옷을 입힌 것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20세기 나치 독일의 히틀러에게까지 계승돼 노란색은 반유대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색으로 치환됐다. 이후, 유태인 거주 구역인 게토에 강제로 수용돼야 했던 유대인들은 가슴에 노란색 다윗의 별을 커다랗게 달아야 했다.

그렇게 노란색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 관념을 단숨에 뒤바꾼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풍경화와 함께 탄광의 광부들을 그리기 시작했던 화가 초기부터 고흐는 노란색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네덜란드에서 남프랑스의 아를로 건너온 이후, 노란색의 농도는 더욱 짙어만 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선호하는 색이 다름 아닌 노랑이라는 것. 실제로 정신분열증 화가인 커드 뵐플리가 그린 작품들에는 노란색이 눈에 띄게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 미술의 거장, 칸딘스키는 노란색이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폭력의 성격마저 나타낸다며, 더 밝은 톤으로 가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 화가 자신을 견딜 수 없는 힘과 높이에까지 오르게 부추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란색에 대한 서구의 이 같은 인식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고대 유럽에서 노란색을 담즙과 연관 지은 의학적 영향을 꼽아볼 수 있다. 고대 유럽의 의학에서는 노란색의 담즙이 사람의 부정적인 기질을 극대화시킨다며 황달에 걸렸거나 신장병이 있는 사람, 구토와 중독 증세를 지닌 이들은 얼굴과 피부가 노래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았다.

어쨌거나 남프랑스 아를의 작렬하는 태양에 흠뻑 취해 노랑을 더욱 좋아하게 된 고흐는 이 색을 다른 어떤 화가보다 광범위하게 표현했다.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노란색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가 어떻게 이 색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흐가 노란색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아를에서 묵었던 고흐의 집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고흐는 자신이 거처로 마련했던 방 네 개짜리 집 외벽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하고 내부는 흰 칠을 했다. 더불어 바닥을 붉은 벽돌을 깖으로써 범상치 않은 색 조합을 선택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의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너무나 열성적으로 그림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몸이 약했던 그에게 태양 아래에서의 지나친 작업은 마침내 그로 하여금 간질 발작을 일으켜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만든다. 이에 대해 「색의 신비」를 쓴 인그리드 리델은 태양이 고흐에게 창조적 기운을 불러 일으킨 동시에 그를 파괴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남프랑스의 뜨거운 여름과 해바라기, 밀과 밀밭을 사랑했던 고흐는 결국, 인생의 말년을 보낸 파리 북부의 조용한 시골 마을, 오베르에서도 노란 보리밭이 넘실거리는 걸작,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을 그림으로써 노랑으로 점철된 그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한편, 고흐 못지 않게 노란색을 사랑한 화가로는 오스트리아의 국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들 수 있다. 클림트 역시, 한동안 노란색과 함께 금색에 매료돼 이들 색깔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시기는 ‘클림트의 황금시대’로 불린다. 물론, 클림트의 금색 그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연인’인데, 이 그림에는 실제로 금이 동원돼 그의 유화 위에 얇게 붙여졌으며, 금박 이외의 캔버스는 노란색으로 덧칠해져 금색의 화려함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현재, 이 작품은 색감의 극대화를 위해 어두운 전시장에서 전용 조명으로 비춰진다고 한다.

사실, 노란색과 금색은 ‘연인’이라는 작품에서 성공적으로 콜라보를 이룬 관계이다. 전통적으로 금색은 신의 색, 즉 왕의 색으로서 신성함과 권력, 피안과 극락을 상징했으며, 동시에 물질과 탐욕, 세속과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중성을 지녀 왔다. 이와 함께 노란색은 앞서 언급한 대로 유대인과 배신을 표상해 왔고. 해서, 노란색에 부여됐던 전통적인 의미는 배신과 질투, 거짓과 위선이었다. 그런 노란색과 금색이 한데 어우러졌으니 클림트 시대의 유럽인들은 그의 그림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양가 감정을 모순적으로 느끼며 그의 환상적인 그림풍에 빠져 들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클림트가 금색과 노란색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게 된 시대 배경에 대해 좀 더 설명한 후, 노란 상징물들로 이야기의 바통을 넘기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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