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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반지의 제왕>의 종족들, 그리고 불편한 삶이찬 철학 교수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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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6  16: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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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삶을 다들 이야기한다. 나도 한 숟가락 얹어보자. 

각종 칼럼과 기사들의 정보와 중첩될 수 있으니 굳이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코로나와 함께 펼쳐진 초일류강대국의 블랙코미디부터 시작하자. 절정의 부를 과시하는 이들은 섬을 통째로 사들여 화려한 자가 격리를 시전하는 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확진자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떠돈다. 그런데도 공공의료는 달나라로 보내버리고 한국과 방위비 협상에 열을 올린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로 가야할 마스크를 해적질한 데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여긴 오크의 세계. 오크를 살짝 벗어난 분들 가운데 ‘지속가능한 발전’을 운운하며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점잖게 설파하는 이들도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젊음을 유지한 채 영생을 누리겠다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다는 걸 알까? ‘구체적으로 어떻게?’라고 물으면 딴전을 피우는, 드워프 쯤으로 보이는 이런 분들이 정신 차리기를 바라느니 바이러스가 인지능력을 갖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빠를 것이다. 

기존의 시스템으로 영위하던 삶을 차단 당한 채 두어 달 동안 절간에 숨어든 수도승처럼 지내고도 이전과 동일한 삶이 회복되리라고 믿는 것은 죽은 자식이 살아오기를 고대하는 심정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리들에게 허락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고상한 거드름인줄 모른다면 난감할 뿐. 그것은 개인의 공간이 있고, 청결한 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세정제 등을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나올법한 답변들이 ‘세계석학’이라는 브랜드로 포장되어 등장하기도 하는데, “바이러스가 세계의 경제를 장기 대공황으로 만든다”든가 “국가의 통제시스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으므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라거나 “이런 것들은 전 지구적 협력이 요청된다”는 것들이 그것이다. 

인류의 양심에 호소하는 이런 목소리도 인간중심의 사고 틀 안에 머물 기는 매한가지여서 ‘인간계’의 제언에 해당된다. 공기가 깨끗해지고 야생동물들이 도심에 등장하고 거북이가 해변에 마음 놓고 산란했다는,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생태환경의 변화를 말하는 분도 있다.

엘프의 세계로 들어서기를 바라는 이런 지적은 지구를 병들게 한 바이러스가 인간이었음을 명료하게 일깨워준다. 36억이 50억이 되는데 50년, 이후 75억이 되기까지 7년이면 충분할 만큼 지구에 기하급수적으로 창궐한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를 바이러스가 제압하는 역설을 목도하는 지금, 더욱 한심한 아이러니는 그들 중 상위10%가 전체 부의 82%를 소유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이다.

이 모든 것들을 되돌릴 만큼 지독히 불편한 삶을 우리는 감내할 수 있을까? 고도의 과학기술이 해결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기술을 쥔 자들이 당신들까지 유토피아로 데려갈지 먼저 자문해보시라. 바이러스는 부자도, 빈자도 구별하지 못하니, 엘프는 고사하고 우리가 ‘인간’조차 되지 못한다면 답이 없지 않을까.

 

/철학 이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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