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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클림트의 ‘키스,’ ‘연인’은 빈의 세기말적 분위기 표현노란색과 금색으로 캔버스 장식했던 클림트의 ‘황금시대’ 작품들 21세기 초 우울함이 감도는 지구촌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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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6  16: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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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림트의 황금시대의 대표작. ‘키스(1908,좌)’ 와 ‘유디트(1901,중)’ 그리고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907,우)’. 이 가운데 ‘유디트’는 우리나라의 논개에 해당하는 애국 유대 여인 ‘유디트’를 클림트가 매춘부처럼 그려내 유대인 후원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노란색의 화가, 고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클림트의 노란색 사랑도 살짝 언급했었다. 이번 칼럼은 이에 대한 마무리이다.  

사실, 노란색 사랑에 있어 고흐에 절대로 뒤지지 않을 이가 클림트다. 더군다나 그의 노란색 사랑은 이 색깔의 지존인 금색과 어울리며 클림트의 작품 활동에 있어 ‘황금시대’라는 시기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키스’이다. ‘연인’라는 또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기도 한 이 작품에서 두 남녀는 마치 한 몸처럼 서로에게 밀착돼 시간이 정지된 듯 사랑의 진한 키스를 깊은 포옹과 함께 나누고 있다. 더불어 나체의 이들을 통째로 감싸고 있는 얇은 천은 그야말로 온통 노란색과 금박의 색칠로 이뤄져 있고. 

사실, 노란색과 금색의 비중만을 놓고 본다면, 클림트의 ‘황금시대’ 작품 가운데에서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 단연 최고봉을 자랑한다. 가로, 세로 각각 약 1m 40cm의 이 그림에서 노란색과 황금색을 제외한 색깔이라고는 주인공 아델레의 검은 색 머리와 검은 색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옷에 장식된 단편적인 기타 색상들과 뒷배경에서 조금 보이는 초록색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아델레가 클림트의 연인이었으며 매춘부였던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클림트의 ‘황금시대’를 이끄는 노란색과 금색의 대표작은 결국, 지구촌의 수많은 연인들을 가슴 설레게 했던 ‘키스’가 됐다.  

그렇다면, 클림트는 왜 그토록 노란색과 금색에 집착했을까? 클림트가 노란색과 황금색 콜라보의 몽환적이고 화려한 조합을 사랑했던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클림트가 활약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세기말적 현상이 그것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막 바뀌던 시기의 오스트리아 빈은 그야말로 퇴폐적이며 향락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 있었다. 과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대제국의 영광은 온데 간데없고 나날이 강성해가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제국주의 열풍 속에서 식민지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오스트리아는 강대국들에게 있어 새로운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20세기가 그저 암울하고 불안하기만 디스토피아일 뿐이었다. 참고로 디스토피아란 부정적인 뜻의 ‘디스’를 사용한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우울하고 절망적인 미래를 뜻하는 단어이다. 

한때 모차르트와 베토벤, 하이든과 슈베르트 등 클래식 음악의 최고봉들이 활약했던 음악의 도시이며, 계몽시대에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이제 유럽 대륙에서 나날이 쇠락해 가는 2등 국가로 전락한 오스트리아. 그리하여 20세기에는 유럽 지도에서 아예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당시의 오스트리아인들 사이에서 팽배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수도였던 빈에서는 그 같은 불안감이 더욱 심해, 마치 오늘만 살고 보자는 식의 퇴폐적인 향락이 성행했다. 취직과 연애, 결혼이 불안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구직, 구애를 포기하며 자동차와 가방, 미식과 게임에만 열중하며 소확행을 탐닉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그런, 자국민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해 자신의 화려한 그림 속에 녹여내며 오스트리아인들의 마음을 달래준 이가 바로 클림트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국민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그의 혜안 덕택에 탄생한 ‘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과 같은 불멸의 걸작들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사랑을 넘어 그 몽환적인 느낌과 에로틱한 화려함으로 순식간에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됐다. 

덧붙이자면, 클림트의 ‘유디트’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출연해 촬영했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16년 7월에 방영된 ‘무한 달력’ 에피소드가 그것으로, 여기에서 유재석은 유디트로 분장해 달력 사진을 찍으며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 구스타프 클림트의 서거 100주년이 지난 2019년 제주도에서 열렸다. 프랑스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빛의 벙커: 클림트>전이 그것으로 버려진 군사용 벙커 안 구석구석을 온통 클림트의 그림으로 투영한 전시회는 여행객들과 지역민들 사이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더불어서 관람객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공간은 클림트의 ‘황금시대’였으며, ‘황금시대’ 중에서도 ‘키스’와 ‘유디트’가 역시, 독보적인 사랑을 받았다. 세기말적 현상과 함께 사랑을 받았던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대륙을 가로질러 한반도의 남쪽 끝에서도 세기가 두 번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가 동양인들의 노란색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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