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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종교에서부터 요리까지 온통 노란색 물결인 아시아불교에서 영적인 색은 노랑 카레 색 내는 강황도 노란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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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3  1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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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을 대표하는 쌀 요리 ‘파에야’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이 들 어간다. 아랍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을 때 스페인에 들여왔던 ‘파에야’는 먹음직스러운 황금빛 색감으로 유명한데, 여기에서 사프란은 맛보다 색에 방점을 둔 착색제로 톡톡히 역할한 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서양의 노란색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동양의 노란색 이야기이다. 먼저, 서양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대부분을 노란색 배척과 폄하에 할애했던 데 반해,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노란색을 고귀하게 평가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에 거주하는 인종이 황인종이며 올림픽에서 아시아를 상징하는 색깔 또한 노랑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겠다.

먼저, 종교를 살펴보더라도 유대인에 대한 차별의 색이 노랑이었던 서구와 달리, 노랑은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매우 영적인 색깔이었다. 불교에서는 수도승과 비구니들이 석가모니가 말씀하신 진리의 빛을 향해 정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해탈을 꾀하고자 애쓴다. 그리고 이를 상징화한 색깔이 이른바 스님들의 노란색 장삼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지역에 따라 주황색이 노랑을 대체하거나 같이 섞여 쓰이기도 하며 노란색만으로 이뤄진 장삼이 스님의 고귀한 신분을 표상하기도 한다.

비단 옷뿐만이 아니다. 불교의 신앙 내용을 그린 ‘탱화’에서도 노란색은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탱화로 가득한 절의 불당은 으레 노란색으로 뒤덮이곤 한다. 물론, 이는 부처님의 밝은 덕이 넘쳐 흐르는 극락 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불교에서 노란색과 함께 금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교에 비해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해서,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불교 국가에서는 노란색과 함께 노란색의 지존인 금을 이용한 예술 문화, 종교 문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보편화돼 있다. 도금한 불상은 기본이고, 금으로 장식된 건물과 건물 부속물이며 조각과 회화, 공예품과 장신구 등이 그 전형들이다. 동남아 국가는 아니지만 역시, 불교 국가인 일본에서도 금은 대단히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생활 소재인 동시에 종교 소재이며 문화 소재이기도 하다. 온통 금빛으로 도금된 교토의 금각사 역시, 그러한 종교적 배경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 힌두교도가 절대 다수인 인도에서도 노란색을 향한 사랑은 크고 깊기만 하다. 먼저, 옷만 보더라도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 가운데 하나가 노란색이다. 더불어 그런 사실이 잘 드러난 영화가 2005년 제작된 인도 영화, <비욘드 러브>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930년대 당시, 인도 청년과 영국 여성의 애잔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이 영화에서는 영국 여성 캐서린이 노란색 사리를 입음으로써 인도의 전통을 존중하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인도의 대표색으로 노란색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는 다름 아닌 카레이다. 사실, 인도인의 국민 먹거리인 카레는 다른 색들을 모두 뒤덮어 버릴 만큼 강력한 색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카레의 노란색을 내는 주역은 다름 아닌 강황이다. 속명이 ‘커큐마’(curcuma)인 강황은 황금을 뜻하는 아랍어 ‘커르쿰’(kurkum)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일찍부터 색감으로서의 유용성을 인정받아 왔다. 생강의 한 종류에 속하는 강황은 주로 인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데 뿌리 열매가 진한 노란색인데 반해, 꽃은 붉거나 보라색에 가깝다. 그런 강황은 한방에서는 면역력 증진을 비롯해, 어깨 통증, 생리통 등의 처방전에 사용되며 태국에서는 코브라 독을 해독하는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더불어, 장삼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방의 의복이나 실을 염색하는 데에도 두루 쓰이는 팔방미인이다. 재미있는 것은 강황으로 염색한 천이나 종이는 방충 효과마저 있다는 것.

한편, 강황의 호적수로 아시아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향신료로 사프란을 꼽을 수 있다. 붓꽃과의 일종인 사프란은 흔히 창포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도 유명하다. 역시, 진한 노란색 향신료인 사프란은 암술을 말려서 사용하며 독특한 향과 쓴맛, 단맛을 함유하고 있다. 사프란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는 1g을 얻기 위해서 꽃 하나에 암술 3~4개가 달린 꽃 150개를 따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사프란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꽃 15만개를 따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400시간 이상 노동해야 한다. 하루 10시간 기준으로는 한 달하고도 10일을 쉬지 않고 따야 비로소 1kg의 사프란을 생산할 수 있는 암술을 모으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사프란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은 단 2주에 불과하기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인력 동원은 필수불가결하다. 원래 유럽 남부와 소아시아가 원산인 사프란은 이란과 인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지금은 이란이 세계 최대의 생산국인 동시에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진정과 진통, 지혈의 효과가 크며 월경 곤란, 갱년기 장애, 자궁 출혈과 백일해 등에 효과가 좋아 약용으로도 쓰이는 사프란은 오래 전부터 음식물의 빛깔을 내는 착색제로 사용된 것은 물론, 머리 염색제로도 사용됐다. 10만 배로 희석해도 노란색을 띠는 가운데 그 색마저 쉽게 변하지 않아 고대 그리스에서는 ‘로열 컬러’로 불리며 왕실에서만 사용이 허락됐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아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른바 황금보다 더 비싸다고 알려진 사프란의 가격은? 인터넷을 뒤져보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1g에 3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1g당 7만원 선까지 급등한 금에 비해 저렴하기는 하지만 대단히 비싼 향신료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금값이 저렴했던 과거에는 금보다 비싼 값에 거래됐던 것이 사프란이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아시아--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동남아시아--의 노란색 사랑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뒤숭숭했던 봄 학기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 모두들 조금만 더 참고 힘내자. 고대하던 여름 방학이 목전이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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