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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히 그들만 즐거운 예능
원태경 기자  |  dory110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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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30  10: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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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 2TV에서 방영하는 ‘살림하는 남자들2’ 프로그램을 봤다. 내가 시청할 때 국악인 박애리와 댄서 팝핍현준의 일상이 나왔다.

팝핍현준은 가사 노동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아내에게 줄곧 ‘흰머리 보기 싫다’, ‘꾸미고 다녀’라는 말을 한다. 심지어 ‘집에서 홈드레스를 입어라’며 아내의 옷차림을 제한한다. 팝핍현준의 반복적인 지적으로 박애리는 헤어, 메이크업, 패션을 변신하러 나선다. 그는 변신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태도를 다르게 대한다. 정작 아내를 평가하는 그의 헤어스타일은 푸석하고 복장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결국 이 방송은 ‘아내의 변신’으로 인해 부부 간 행복을 이룬 모습을 연출한다.

‘살림하는 남자들’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이다. 사회가 정한 ‘예쁨’의 기준을 여성에게만 강요한다. 그 기준을 벗어나면 웃음거리가 된다. 방송에서 남편은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다. 아내를 자신의 입맛대로 꾸민다. 남성이 원하는 대로 입고, 먹어야 사랑을 해준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의 틀 안에 갇혀 행복해 한다. 이것은 분명한 부부간 가스라이팅이다. 고정된 성 역할을 문제 제기하며 남성이 가정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획의도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것이 과연 2020년 예능이 맞는가? 부부의 사례로 인해 시청자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의문을 품게 된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대표 예능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이다.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긴 예능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특정 인물들의 라인을 형성하며 예능 속 남성 카르텔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갔다. 심지어 PD들도 포함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성공 역사는 여성들을 지우기 위한 완벽한 변명이다. 2014년을 시작으로 흥행한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는 5년 만에 여성 출연진을 썼다. 송은이, 김숙 등 꾸준히 남성 중심 예능을 비판하지만 여전히 바뀌는 것은 없다. 남성은 그저 나이 많고 전문직이면 알아두면 쓸모없는 신기한 지식들을 대화하는 것도 예능이니.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목표는 ‘재미’와 ‘웃음’이기 때문에 편견이나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웃기면 됐지”라는 태도로 인해 그동안 문제 제기가 수용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잘못된 고정관념과 혐오를 밟고 이뤄지는 재미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면밀한 감시와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 제작자·기획자들은 건강하고 좋은 웃음을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성평등적인 고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예능 우여곡절 속 2019년 연예 대상의 의미는 중요하다. 그동안 봤던 남성 연대보다 여성 연대가 돋보였다. 박나래, 이영자, 송은이, 장도연 등 오랜 기간 감초 역할을 해왔던 그들이 주인공이 됐던 해였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이 설 자리는 없다. 여성에게 여성 롤모델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남성의 모습을 봤다. 나 또한 나영석, 김태호 PD를 보며 방송계 입사를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도 될 것이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 웹툰,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에서 여성의 존재는 더욱 활약해야 한다. 방송계 유리천장 부수기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원태경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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