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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노란 과일 바나나, 레몬, 망고의 원산지는 동남아동남아시아는 국기에서도 노란색 다분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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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30  10: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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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가운데 노란색을 사용하는 국가의 깃발들이다. 위에서부터 차 례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브루나이의 국기들이다. 이와 함께 마지막 깃발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의 깃발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불교와 음식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노란색 사랑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다. 동양의 남다른 노란색 사랑을 실증하는 또 하나의 기제는 국기이다. 실제로 노란색은 아시아,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애용되는 으뜸 색깔이다. 먼저, 인도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10개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만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에서는 10개의 회원국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개국(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미얀마)이 자국기에 노란색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남아 국가연합’의 깃발은 물론, ‘국장(國章)’에서도 노란색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국장’이란 한 국가의 공식적인 표장(標章)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크’에 해당하는 상징물.

호기심에 조사해 보니, 유럽에서는 46개국 가운데 독일, 스웨덴, 벨기에, 루마니아, 스페인, 우크라이나, 안도라, 몰도바, 리투아니아, 마케도니아, 아르메니아 등 11개 국가가 노란색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비율로 따지자면 24%로 동남아시아의 노란색 사랑에는 절반밖에 미치지 않는 셈이다. 한편, 남미에서는 브라질만이 유일하게 국기에 노란색을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노란색이 희귀하기만 하다. 그런 브라질은 축구에서는 노란색 유니폼으로 유명해 남미의 노란색 대표주자다.

각설하고, 동양--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남부 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이 노란색으로 대표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름 아닌 과일에 있다. 바나나, 레몬, 망고, 배, 파인애플, 두리안 등 안팎으로 노란색으로 넘쳐나는 곳 또한, 아시아의 동쪽과 남쪽인 까닭에서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보니, 바나나의 경우는 원산지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지금도 야생종 바나나를 찾아 볼 수 있어 바나나의 이 같은 동남아시아 기원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 바나나가 이주민과 여행자들을 통해 마다가스카르를 거쳐 서아프리카로 전파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후, 바나나는 신대륙으로 전파되며 태평양 연안 제도까지 옮겨지게 됐고 16세기말이 되면 지구촌의 모든 열대 지방으로 퍼지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동남아시아에서 발원해 세계의 열대를 지배하게 된 노란색 바나나인 일대장정(一帶長程)이라고나 할까?

바나나는 현재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에콰도르에서도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제주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가격이 무척 비싸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요즘엔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필리핀산 바나나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국산 바나나를 찾아볼 수 있다. 바나나에서 느끼는 격세지감인 셈이다.

사실, 바나나는 동양인과 깊은 인연을 지닌 과일이다. 이는 바나나가 미국에서 동양인 이민 2세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바나나의 외양처럼 노란색이지만 바나나의 흰색 과육처럼 몸 속 사고 방식은 백인과 똑같다는 경멸어린 의미에서다. 그래서였을까? 미국에서는 20세기 들어 일본인들의 이민 물결을 ‘노란색의 재앙’이라는 의미에서 ‘황화(黃禍)’라 부르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교 일본학 연구소장을 역임한 앤드루 고든의 명저, 「현대 일본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노란색 과일에 대한 관심을 바나나에서 레몬과 망고로 옮겨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례로 레몬의 원산지는 히말라야인데 지금은 지중해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더불어 겉모습은 물론, 과육까지 노란색이어서 그야말로 안팎으로 노란색이 철철 넘쳐흐르는 과일이 레몬이다.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외양과는 달리, 맛은 시기 이를 데 없어 미국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로 취급받기도 한다. 모습은 그럴듯하지만 내용은 형편없는 중고차를 미국에서 ‘레몬’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중고차를 레몬이라 부르는 게 된 유래는 ‘레몬 시장 이론’을 창안한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중고차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 부른 데서 비롯되고 있다. 중개상들은 상품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이라 부르며 그 대표적인 시장으로 중고차 시장을 꼽은 그는 미국에서 ‘중고차 = 레몬’이라는 이미지를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더불어 여기에 착안해 탄생한 법안이 이른바 ‘자동차 레몬법’이고.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 환불, 보상 등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레몬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9년 1월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자동차 제조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역시 이름에 걸맞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히말라야 원산지로 레몬과 동향인 망고 역시, 겉과 속이 모두 노란 ‘색깔 일체형’ 과일의 대표 주자다. 인상적인 사실은 망고가 옻나무과에 속하기에 씨앗 근처 부분을 먹으면 입술이 부르트고 따가울 수 있다는 것. 레몬이 신맛으로 인간에게 저항한다면 망고는 씨앗으로 마지막 반항을 꾀한다고나 할까? 그런 망고는 현재 열대 아시아를 비롯해, 태평양 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 서인도 제도, 중남미 일대까지 열대와 아열대에 걸쳐 광범위한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망고 생산 국가는 인도인데 2위 중국은 인도 생산량의 1/4에 불과해 그야말로 1, 2위 국간의 격차가 천양지차다. 한편, 망고의 3위 생산국은 태국, 4위는 인도네시아, 5위는 파키스탄으로 1위부터 5위까지 ‘탑 파이프’를 석권하고 있는 국가들이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겉 노랗고 속 노란 망고야말로 아시아를 상징하는 진정한 대표 과일이라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다. 실제로 동남아 어딜 가도 널려 있기에 가격도 가장 싼 과일이 망고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노란색 과일인 배와 패션후르츠, 파인애플과 두리안에 대해 언급한 후, 노란색의 종착지인 중국으로 건너가도록 하겠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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