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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또 한번의 비대면 강의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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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9  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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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 가까이 코로나-19의 집요한 공세 속에 웅크리고 살다보니 가끔 코로나 이전의 삶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격리’와 ‘비대면’ 같은 낱말들이 지겹도록 친숙해진 것도 같다. 평생 코로나와 같이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섬찟한 경고의 소리도 들린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넘어 일상의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지난 학기 화상 강의를 힘들게 운영했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먼저, 화상강의 상황을 제대로 운용할 기술적 대비가 많이 미흡했다. 뭘 잘못 건드려 버벅댈까봐 노심초사하다시피 했다. 강의 효과를 위해 PPT 자료를 준비했지만 오히려 강의가 그 자료에 매여 진행되는 경직성을 띠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강의에 수동적 자세를 취하게 될까봐 조별 토론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지만 뒷마무리는 제대로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학생들이 거론한 강의의 질 저하는 강의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에 따른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교수들이 강의 준비에 더 노력하고 효율적인 강의 운영을 위해 더 신경 썼을 테지만, 강의실 대면 강의에서 호흡하던 강의의 현장성이나 생동감을 재현하거나 따라잡기가 여러 모로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들 쪽에서도 낯선 강의 환경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질문을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선생과 학생 모두가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는 가운데 불쑥 치고 들어가는 자연스런 우발성이 갖춰지기 어려웠을 테다.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서면 처음 한동안은 캄캄해서 아무 것도 안보이지만 이윽고 어둠에 눈이 익으면서 주위의 사물과 형세가 보이기 시작하듯 비대면 강의도 코로나 첫 대면의 당혹과 움츠림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할 것 같다. 아니, 가능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지침을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방역 슬로건에서 찾아보려 한다. 선생과 학생 모두가 강의에 임하는 마음을 더 넓게 열고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들어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폭 줄이고 학생들의 생각, 주장 및 물음을 강의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교통 정리해 보다 생산적인 토론에로 이끄는 것을 내 역할로 자리매김해 본다. 누구나 다 알고 원하는, 그렇기에 실행은 더욱 어려운 강의의 모습이다.

한데, 코로나가 그 길을 우리에게 강요하다시피 떼민다. 물론 억지춘향으로 하는 것일 순 없다. 코로나가 일상적 삶의 바탕을 뒤흔들어 여러 고난을 안기지만 다른 한편 주는 것, 가르쳐주는 것도 있다면, 코로나가 안기는 우연으로서의 길을 우리의 필연으로 적극 선취하자는 것이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여주인공 테레자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우연의 새들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기 시작했다”고 표현되듯이, 우리의 사랑도 우연을 필연으로 껴안고 밀고 나가는 것일 테다. 이번 학기에 새롭게 시도하려는 화상강의도 또 한번의 씁쓸한 시행착오로 끝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을 믿고 감행하고자 한다.

 

/영문 김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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