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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떠나가는 것에 대한 슬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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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5  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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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슬프다. 아마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잠시 헤어질 때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그 아픔을 이겨낸다. 아들이 군대 갈 때 긴장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군복무가 끝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알기에 담담히 보낼 수 있었다.

딸이 집을 떠나 대학에 갔을 때 기숙사에서 엄마와 손잡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리 슬프지 않았다. 얼마 있으면 웃으면서 집에 올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와 부모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슬퍼하는 사람은 없다. 같이 살아온 가족들과 떨어진다는 아쉬움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눈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인을 하늘로 보내면서 흘리는 눈물은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슬픔의 결정체이다.

처음 내 돈으로 산 자동차를 10년간 타면서 많은 정이 들었는데 이제는 교체해야 할 상황이라 타던 차를 팔게 됐다. 마지막 날 이제는 보지 못할 그 자동차를 꼼꼼하게 세차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이별은 생명체를 떠나보낼 때만 슬픈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만큼 이전의 것들과는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전보다 편리해지고 낮아진 가격에 우리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이전 것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산다. 이전의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의 고민은 단지 일부의 걱정일 뿐으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인간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뭉쳐야 산다’ 가 아니라 흩어져야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가족, 친구, 동료의 결혼식에 왁자지껄 모여 축하해하고 같이 식사 하며 정을 나누던 일상이 이제는 어려워지고 있다. 세상을 떠난 분들의 가족을 위로하러 장례식에 가는 것조차 조심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많은 기대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설레는 것은 처음 만나는 동기들 선배들과 어울리는 신입생 OT가 아닐까.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직은 유치하기만 한 포부를 밝히고 희망을 얘기하며 불편한 잠자리를 함께 하는 그 의례적인 행사도 이제는 떠나갈지 모른다.

나는 학생들과 일과가 끝난 저녁에 식사하며 술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는 어려운 교수지만 술기운을 빌려 어렵게 말을 꺼내는 학생들의 얘기가 좋고, 나도 세상이치 다 알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학생들이 좋아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학생들과 약속을 잡는 것이 꺼려진다.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피하게 된다.

학생들과의 소소한 만남도 이제는 떠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상황이 단지 잠깐의 헤어짐이기를 바란다. 사람만나 어울리며 살아온 일상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으니 말이다. 나를 떠나가려 한다면 어떻게든 잡고 애원하려고 한다. 떠나는 슬픔을 나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용하기만 한 교정에서 나는 기다린다. 잠시 멀어진 우리의 일상을. 

 

/중국학 성시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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