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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서구에서는 죽음과 불운을 상징하는 검은색 동물 중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악마의 화신‘블랙리스트’ ‘블랙 먼데이’ ‘블랙 코미디’ ‘블랙 홀’ ‘흑역사’ 등 모든 분야에서 긍정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인 검은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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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2  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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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4년에 첫 선을 보인 에드거 앨런 포우의 단편 소설, 「검은 고 양이」의 일러스트레이션. 삽화가이자 작가인 오브레이 비어드슬레의 작품이다.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외눈박이 고양이가 아내의 시체 위에서 정면을 노려보고 있다. (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색깔의 인문학에서 흰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에 이어 소개할 다섯 번째 색깔은 검은색, ‘블랙’이다. 다른 색들과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에 있어 긍정과 부정의 양가적인 의미를 지녀온 색이 블랙이건만 ‘어둠의 끝판왕’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할 수 없었기에 부정적인 무게가 항상 긍정적인 무게를 압도해온 불운의 색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코미디여도 정치적이고 비판적이면 ‘블랙 코미디’, 요주의 인물 명단은 ‘블랙리스트’로 불리며 주가가 폭락하면 요일 명을 따 ‘블랙 먼데이’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멍에를 덧씌운다. 우주에서는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죽음의 별이 ‘블랙홀’이며, 술자리에선 벌칙주 원샷에 대한 조력하는 이가 ‘흑기사’이다.

역사에서도 사정은 매한가지이다. 푸른 대나무에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청사(靑史)라고 불려야 정상이건만 부정적인 역사는 언제나 ‘흑역사’라 불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역사를 영어로 옮기면 ‘블랙 히스토리(Black history)’가 되는데 이는 곧 흑인의 역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피부색이 검지 않아도 흑인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흑인과 흑색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블랙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굳이 찾아보자면 사업하는 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이익의 대명사가 검은색 글자인 ‘흑자’이며, 몸에 좋을 것만 같은 설탕이 ‘흑설탕’이다. 하지만 흑설탕은 미국에서 갈색 설탕, 즉 ‘브라운 슈가(brown sugar)’로 불리며 중국에서는 붉은 설탕인 ‘홍탕(紅糖)’으로 불린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선 이를 흑설탕이라고 부르고 있어 흑설탕을 둘러싼 한일 간의 유대가 예사롭지 않다.

돌이켜 보면, 검은색은 세상의 근원이자 인류사, 아니 우주사의 시초였다. 성경 창세기에서는 “태초에 빛이 있었다” 라며 시작되는데 이는 어둠이 빛에 앞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생명으로 대유되는 빛 이전의 검은색은 곧 무생명 또는 죽음을 암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은 성경과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서구권에서 주로 통용되는 색깔이다. 때문에 관과 상복, 장의사 복장과 장의차 색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돼 있으며 우리네도 이에 영향 받아, 관과 장의차는 검은색으로 장식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서구적인 시각에서는 한·중·일 삼국의 상례 문화가 많은 경우, 하얀 색으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편, 서양의 저주 받은 피조물은 다름 아닌 검은 고양이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낯설지만 서구에서는 고양이의 목숨이 9개나 된다고 믿을 만큼 악마같이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실상은 그렇지 않건만 고양이에 대한 서구의 뿌리 깊은 편견과 적대감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미신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양이가 검은색과 결합하면 그야말로 악마의 화신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잘 드러낸 소설이 미국의 단편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형수인 ‘나’는 사형 집행 전날, 내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동물들을 좋아했던 나는 역시 동물을 좋아하는 아내를 맞아 포근한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한 잔 두 잔의 술이 어느덧 나를 알콜 중독자로 만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어느 날, 만취 상태에서 나는 애완묘인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낸 후,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린다. 그날 밤, 집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가옥이 몽땅 타 버린다.

얼마 뒤, 외눈박이 검은 고양이가 집 주위를 배회하고 이를 불쌍히 여긴 아내는 애꾸눈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운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이 고양이를 피하지만 고양이는 항상 내 주위를 서성거린다. 심지어는 잠자리에서까지. 알콜 중독이 더욱 심해져 아내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던 나는 결국 아내를 죽이게 되고 지하실 벽 뒤쪽에 아내의 시체를 묻은 뒤, 다시 벽을 새로 만든다. 한편, 범행 며칠 뒤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출동해 집을 뒤지는데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해 돌아가게 된다. 이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아내의 시체를 감춘 지하실 벽을 두드리며 결백을 강조하던 나는 기이한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리는 순간, 얼어붙고 만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경관들이 벽을 허물자 그곳에는 아내가 살해된 뒤, 종적을 감췄던 검은 고양이가 아내의 시체 위에서 나를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검은 고양이만큼 인류사에 있어 수난을 당한 동물은 없다는 생각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흑사병의 원인이 된다며 대대적으로 검은 고양이를 학살한 바 있다. 이에 쥐가 폭증하면서 흑사병은 더욱 창궐하게 된다. 흑사병의 원흉인 쥐벼룩의 매개체가 쥐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천적인 고양이가 사라지니 쥐들의 개체 수는 급증했고 덩달아 쥐벼룩들은 더욱 열심히 흑사병을 옮겼던 것이다. 비록 검은색 고양이는 아니지만 미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도 같은 맥락에서 하류 계층이었던 프랑스 인쇄공들에 의해 분노의 희생자로 잔인하게 대리 희생된 고양이들의 불운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소설에 나타난 검은색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본 후, 신화 속의 검은색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미디어스쿨 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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