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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검은색으로 동양에서 오랜 세월 천대받은 까마귀 날면 배 떨어뜨리고 건망증 일으켰던 슬픈 존재검은 새 중 독수리는 서양, 제비는 동양의 길조 또 서양에선 의외로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좋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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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31  11: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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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4년 개봉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미 영화, ‘크로우’. 살해당한 주인공이 까마귀의 도움으로 부활해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까마귀의 빈번한 등장 속에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자료 출처: 네이버)

몸이 온통 검은색인 짐승은 의외로 많다. 포유류 가운데 물짐승인 고래, 펭귄을 위시해 뭍짐승으로는 곰, 표범, 염소, 개, 고양이 등이 있으며 날짐승에는 까치, 까마귀, 제비, 독수리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몸통 색깔로 인해 가장 멸시를 받은 짐승 가운데 포유류로는 고양이, 조류로는 까마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한ㆍ중ㆍ일의 동양권에 한정돼 있을 뿐, 서양에서는 까마귀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옅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은 깃털에도 불구하고 늠름함과 용맹함으로 인해 고대부터 서양에서 널리 사랑받은 새가 다름 아닌 독수리다. 이와 관련해서는 로마 제국이 휘장과 깃발에 검은 독수리를 사용했으며 로마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의도에서 나치 독일의 제3 제국 또한 검은 독수리를 차용했다. 그런 검은 독수리는 대서양을 건너 오늘날 미국을 상징하는 새가 됐으며 1달러 지폐 뒷면에도 인쇄돼 공산권 국가에조차 폭넓게 유통되고 있다.

반면, 검은 몸통색에도 불구하고 동양권에서 의외의 사랑을 받은 대상이 제비다. 오늘날 대한민국 우체국의 상징이 되기도 한 제비는 흥부와 놀부에게 권선징악의 박씨를 물어다 준 정의의 새이며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그런 제비는 또한 춘추전국시대 ‘연나라’의 나라 이름으로도 사용됐다. 제비 ‘연(燕)’을 국가명으로 사용했던 연나라는 제비 집이 많기로 유명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 또한 한때 연나라의 영토였기에 ‘연경(燕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독 까마귀에 대한 동양권의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모르긴 해도 한자 문화권의 원류인 중국에서 까마귀를 부정적으로 보았기에 그 영향이 한국과 일본에도 미쳤으리라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세상의 모든 까마귀는 검다. 악한은 모두 악하다(天下的乌鸦一般黑)”라는 말로 검은 까마귀가 곧 악하다고 여겼다. 그래서일까? 까마귀는 한국에서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주인공으로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오비이락’이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의 한자어로, 여기에서는 까치나 제비도 아닌 까마귀가 악행과 관련된 ‘우연의 일치극’에 등장하고 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는 속담도 나쁜 친구를 경계하는 우리 조상들의 경구이다. 혹시나 희고 고결한 백로가 까마귀 틈에 섞여 있다가 검은색으로 물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우리 속담에는 때문에 검게 태어난 까마귀의 태생적 비극이 잘 드러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나무랄 때 라임(rhyme)에 해당하는 운율을 이용해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까먹게”라고 면박 주는 말에서도 까마귀는 부정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르긴 해도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는 까마귀 특유의 쩌렁쩌렁하며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가 한몫 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어로 까마귀를 뜻하는 ‘카라쓰’는 ‘시끄럽게 잔소리 하는 사람’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한ㆍ중ㆍ일의 부정적인 시각을 차용해 까마귀를 소재로 했던 영화가 1994년도에 개봉돼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 ‘크로우(crow)’다. 영어로 까마귀를 뜻하는 ‘크로우’에서 까마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이 이승을 떠돌아다닐 때 부활시켜주는 새로서 할로윈 축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한 주인공을 되살려 그의 복수를 도와주는 영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영화 ‘크로우’는 시종일관 어둡게 진행돼 그렇잖아도 암울한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브랜든 리는 이 영화 말미, 오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그렇잖아도 어두운 영화를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다.

사실 까마귀는 새들 중에 지능이 매우 높기에 그런 까마귀의 재능을 부담스러워 한 인간들이 점차 까마귀를 두려워하게 됐다는 속설이 있다. 어쨌거나 모기를 잡아먹는 익조(益鳥)로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까마귀는 먹이를 물어와 어미 입에 넣어주는 효조(孝鳥)로도 알려져 왔다. ‘반포(反哺)’란 되돌릴 ‘반’, 먹을 ‘포’란 뜻으로 부모로부터 받았던 먹이를 부모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서양에서는 까마귀의 평판이 동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혹자는 까마귀가 외진 곳을 좋아하고 짐승의 썩은 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인상적인 사실은 이렇게 외진 곳에서 썩은 고기를 즐겨먹는 까마귀를 두고 한ㆍ중ㆍ일 삼국에서는 객사(客死)를 의미하는 ‘까마귀 밥이 된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는 동양과 서양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재라고나 할까? 사실, 까마귀는 서양 신화를 비롯해 성서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예언자 역할을 수행하곤 한다. 그리하여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폴론을 보필하고, 켈트 신화에서는 루구스를, 북유럽 신화에서는 오딘을 보필하는 새가 까마귀다. 또한 구약성서에서는 선지자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왕 아합을 피해 숨어 지낼 때 까마귀가 하느님의 명을 받아 아침, 저녁으로 고기와 빵을 엘리야에게 물어다 준다. 물론, 서양에서도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존재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약 성서의 레위기 11장 13절. 인간이 새 가운데 더럽게 여겨야 할 대상으로 까마귀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정치에 동원된 검은색과 함께 예술 속의 검은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미디어스쿨 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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