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입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전기입시에서 실패한 후, 우여곡절 끝에 후기입시로 우리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유능한 교수진’, ‘좋은 교육시설’, ‘튼튼한 재단’ 등의 조건에 마음이 끌렸다. 그때만 해도 대학의 내실을 따져보며 지원하는 경향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언론과 방송을 통한 대학선전이 법석이다. 입시철만 되면 신문을 통한 학교선전이 흔한 일이 됐다. 급기야는 상품광고처럼 TV에 대학광고가 등장했다. 얼마 전부터는 대학이 방송국의 야외 음악공연의 주무대로 자리잡았다.

  ‘논란’이 분분하지만 운집하는 관중들을 보면 대학공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듯 하다. 모방송국의 야외 음악공연은 3년간의 일정이 미리 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연장소가 대학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학교에서도 얼마전 뒤질세라 ‘청소년음악회’가 열렸다. 우리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춘천시민들도 적지않게 관람해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러나 참여율이 높았던 만큼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렵게 구한 입장권이 결국에는 무용지물이었고, 우리학교에서 열렸던 행사이니 만큼 학생과 교직원들에 대한 관람 배려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또한 식당,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공연에 ‘정식으로’ 초청할 수 없었는지 학교측에 묻고 싶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지역사회와 한림구성원간의 유대강화라는 취지가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공연내내 ‘춘천수부 1백주년 기념’과 ‘제77회 전국체전 경축’이라는 분위기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단지 ‘학교홍보’와 ‘지역홍보’라는 ‘동상이몽’의 취지만이 ‘난무’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상업문화’의 침투라는 거창한 이유로 이번 행사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서 대학문화의 원칙을 한번쯤은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를 보며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과방에서 노래연습을 했을 과동아리들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나아가 우리학교 동아리들이 공연의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했으면 모양새가 더 좋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대학처럼 우리학교도 기천만원이나 하는 공연비를 지불했다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대학이 더 이상 ‘상아탑’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조명탑’으로 표현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대학을 껍데기 문화가 판치는 장소로 생각하면 너무 큰 무리일까? 연예인들 자신의 유명세와 명성을 알리고 확인하는 TV프로그램에 대학이 너무나도 ‘쉽게’자리를 ‘내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대학에서의 ‘알맹이 문화’는 바로 대학인들 자신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캄와 ‘참여’, 대학문화의 원칙은 아직도 유효한가?

/ 박정훈 (국어국문학과·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