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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의 경계
박지현 기자  |  jihyun@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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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4  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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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ㆍ문학ㆍ음악상으로 언론 분야는 뉴스ㆍ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ㆍ드라마ㆍ음악 분야는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보도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사진기자들의 사진을 시대별로 전시했다. 이 전시를 통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었다. 또 기자의 사명감과 윤리의식 사이의 딜레마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기자 케빈 카터는 수단 한 마을의 식량 배급소에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곧이어 아이 뒤로 독수리가 날아들었다. 독수리는 마치 아이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독수리를 쫓았다. 그때 찍은 사진이 바로 유명한 <수단의 굶주린 소녀>다.

   
▲ 1994 퓰리처상 수상작 <수단의 굶주린 소녀>

이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며 전 세계에 아프리카 기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실제로 사진이 발표된 뒤 그동안 아프리카 구호에 관심이 없었던 서방 국가들도 아프리카의 기아와 빈곤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 난민 구제를 위한 지원이 활성화됐다고 한다. 그 공로로 그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영예와 동시에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리얼리즘이 생명보다 소중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결국,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다가 수상한 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 또한 이 사진을 보며 기자의 의도를 알 수 있게 잘 찍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했다. 아이를 노리는 독수리의 시선과 사진의 시선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현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개입해야 하는걸까 고민이 됐다.

기자 정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케빈 카터는 아프리카 분쟁 지역을 다니며 목숨을 걸고 카메라에 현장을 담았다. 총성이 울리는 곳을 찾아다닌다며 ‘뱅뱅 클럽’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야말로 투철한 기자 정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기자 정신만을 내세웠단 이유로 비판받았다.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의 경계에서 기자인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디지털시대로 전환되면서 기사를 볼 때 제목과 더불어 강조되는 것이 바로 사진이다. 중립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저널리즘에서 오늘도 무수히 쏟아지는 사진 기사들의 뒷면을 생각해본다.

 

/박지현 사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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