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독자기고]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11.21  09:45:5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대학만 가면 원하는 것 다 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고 공부 열심히 해.”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이 말이 우리들의 모든 불평불만을 억누를 수 있는 하나의 만능 열쇠 역할을 했다. 그런 말을 고등학교 생활 내내 듣다 보니 대학에 가면 이 생고생에 대한 보상을 누릴 수 있고, 그 앞에는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악물고 공부해서 수능을 보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학만 가면’이라는 말이 ‘취업만 하면’이라는 말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허들이 높아진 느낌이었는데, 모든 선택을 내 스스로 해야 하고 책임도 온전히 져야 하는 성인의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점은 학점대로 챙기면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대외활동 정보들을 찾아 참여해야 했다. 선배들과 사회는 그것이 옳다고 주장했으며 통제에 익숙해진 나와 동기들은 그것을 마치 법처럼 여기며 순응했다. 순종적인 1년이 지나 나는 군대로 향했고, 2년 후 복학했다.

똑같았다. 동기들은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공모전에 나가는 등 스펙 쌓기에 열중했고, 후배들은 우리가 해왔던 것을 답습하고 있었다.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트레이닝 단계인 대학에 와서 느낀 것이 아닐까? 불확실한 미래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모두가 안정적인 미래를 가지기를 원하면서 도전은 줄어들었다. 새로운 것을 향한 열기는 식고 간절함이 그 빈자리를 채워갔다.

경주마에겐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눈가면’을 씌운다. 직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나. 어느 순간 내 모습이 마치 눈가면을 쓴 경주마처럼 느껴졌다. 옆을 볼 여유를 사회는 주지 않았고 오로지 앞만 보도록 다그쳤다. 그런데 경주마에게는 결승선이 보이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옆을 보지 않도록 눈가면을 썼지만 내 앞조차 불확실성의 안개가 뒤덮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달려 나갈 뿐이었다.

일본의 한 광고영상을 보게 된 어느 날, 그 날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고 결승선은 하나가 아니라는 주제로, 그 무엇을 시도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그 사실인데 그것을 잊고 현실에 치여 살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결승선이 존재한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떠나고, 목공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목공예를 하면 된다.

눈에 씌어진 눈가면을 벗어던지고 옆으로 시선을 돌려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고, 전공 공부와 대외활동이 아닌 나의 진짜 ‘흥미’를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을 좋아했던 나는 사진동아리에 입부해서 활동을 하고 있고, 나를 짜릿하게 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진로와 상관없이 철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누가 인생을 경주라고 했는가.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했는가. 인생은 경주가 아니고,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다. 눈가면을, 벗어던지자.

/최원영 광고홍보 3년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숫자의 인문학] 영어에서는 나를 의미하는 ‘I’가 1인칭 화학에선 주기율표 상의 1번이 ‘수소’
2
[보도] 개교 42년 한림, 지역 밀착·세계화 ‘뚜벅뚜벅’
3
[보도] ‘Hallymer 장학금’ 받고 학비 부담 덜자
4
[보도] 직무 역량 키울 수 있는 ‘현장실습학기제’
5
[기획] 춘천, 저마다 다른 ‘도시’ 노려
6
[보도] 대동제배 축구 대항전... 체육학과 우승
7
[보도] ‘강원도에서 인문학을 품다’ 강연 듣고 답사 가자
8
[보도] ‘MICE기획경영전공’ 신설, “26학년 신입생 모집”
9
[보도] 스타트업 비즈니스 전공 설명회 “수업이 곧 창업이 될 것”
10
[보도] 하계 졸업앨범 사진 23일까지 촬영 신청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