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색깔의 인문학]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일군 주역, 검은 흙 우주의 탄생 기원 풀어줄 열쇠 구멍도 블랙홀오방색 전통 이어받은 터키의 북쪽 바다가 흑해 2019년엔 최초로 촬영되며 블랙홀 모습 드러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11.28  10:02:5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어느덧 학기 막바지이다. 더불어 ‘색깔의 인문학’ 역시, 이번 호가 마지막이다. 그럼, 검은색의 마지막 이야기는 지구와 우주의 검은색에 관한 에피소드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

먼저 지구상에서 검은색이 들어간 가장 유명한 지명으로는 유럽에 위치한 흑해를 들 수 있다. 크기는 한반도가 두 개나 들어가는 41만km2이며 영어명도 검은 바다인 ‘블랙 씨’(Black Sea)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루마니아, 불가리아, 조지아 등 6개국에 둘러싸여 있는 흑해는 원래 명칭이 ‘이방인에게 우호적인 바다’라는 뜻의 ‘폰토스에우크세이노스’였다. 하지만, 고대에는 ‘이방인에게 비우호적인 바다’로 불리다가 그리스와의 교역이 왕성해지면서 180도 바뀌었다. 실제로 흑해 주변에서는 오랫동안 지중해 상인들과 흑해 내륙 지방의 상인들 사이에서 곡물과 노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로마 제국으로부터 이 지역을 빼앗자, ‘이방인에게 우호적인 바다’라는 이름은 흑해로 바뀌었다. 이에 관해서는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인 내해(內海)임에도 간혹 폭풍이나 짙은 안개로 뱃사람들에게 위험한 바다였기에 흑해로 불리게 됐다는 설과 검은색이 북쪽을 상징하기에 투르크 제국의 북쪽에 있다는 의미에서 흑해로 불렸다는 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혹자는 오늘날의 터키에 해당하는 투르크가 돌궐에서 기원했으며 돌궐 역시, 중국의 오방색에 영향받아 북쪽을 검은색으로 인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흑해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까닭에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남방 진출의 기지가 됐는데,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이 터키와 힘을 합쳐 결국 국제전을 벌이게 된다. 나이팅게일이 간호 장교로서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부상병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크림 전쟁 이야기다.

시선을 조금 돌려 아프리카를 보게 되면 이번에는 나일강이 눈에 띈다. 나일강은 적도에 있는 우간다의 루웬조리 산에서 발원해 지중해를 향해 북쪽으로 약 6천여km를 흐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인데 셈어(Semitic)와 함어(Hamitic)로 모두 ‘큰 하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나일강의 중류 및 하류의 삼각주를 중심으로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를 일군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의 문명 기반이 된 나일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를 ‘타케무트’ 즉 ‘검은 흙’이라고 불렀으며, 주변의 쓸모없는 사막은 ‘데 쎼레트’ 즉 ‘붉은 흙’이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중국인들에게 있어 더없이 신성했던 붉은 색이 이집트에서는 배척의 대상이었으며 여타 지역에서 대부분 배척되던 검은 색은 이집트에서 숭배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이집트와 나일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역시, 검은 흙에서 비롯됐다. 아라비아 반도의 북쪽을 유럽쪽으로 비스듬하게 관통하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은 수메르어로 각각 ‘창처럼 빨리 흐르는 하천’과 ‘큰 하천’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강의 중류와 하류에 위치한 지방의 흙은 검은 토지를 의미하는 ‘사와드’로 불렸다. 물론, 이 지역이 또 다른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생지였고.

한편, 지구에서 우주로 눈을 돌려보면 그야말로 온통 검은색 천지이다. 놀라운 사실은 중국의 천자문에서 예전부터 첫머리로 ‘천지현황’(天地玄璜)이라며 하늘은 검다고 했는데, 우리 눈엔 푸르기만 한 우주가 어떻게 해서 검게 비쳤는지 그야말로 신기할 따름이다. 우주선도 없던 시절, 중국인들의 눈에 비친 하늘은 이미 우주의 검은색을 띄고 있었던 듯 싶다.

다시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들여다 보노라면 다양한 종류의 ‘블랙’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검은색 우주는 바로 ‘블랙홀’ 사실, 블랙홀은 우주 탄생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있어 열쇠 구멍과도 같은 존재이다. 흔히 ‘빅뱅’으로 알려진 우주 발생이론에서는 ‘특이점’이라는 초고밀도 블랙홀이 일거에 폭발하면서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후, 우주는 걸죽한 스프 상태를 유지하며 팽창해 나갔고 군데군데 스프가 덩어리진 곳이 이른바 ‘미니블랙홀’이라 일컬어지는 ‘원시블랙홀’로 발전했다. 천체 물리학에서 블랙홀이 우주의 신비를 풀어줄 열쇠 구멍으로 대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랙홀의 발전 또는 쇠퇴 과정을 보면, 우주의 발전 또는 쇠퇴 과정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살아있는 화석으로 일컬어지는 은행나무나 암모나이트를 통해 수억년, 수십억년 전의 지구 생태계를 추정하는 것처럼 블랙홀을 통해 우주의 탄생 및 소멸을 추리한다고나 할까?
그런 블랙홀이 지난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촬영되는 바람에 한바탕 야단법석이 일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블랙홀은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블랙홀 촬영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바로 전파 망원경으로 블랙홀 뒤에 있는 별들의 빛으로 블랙홀 그림자를 찍는 것이다. 블랙홀을 뒤에서 빛으로 쬐었을 경우, 빛의 대부분이 블랙홀에 흡수되지만 블랙홀에 흡수되지 않는 블랙홀 경계면의 빛들을 이용해 블랙홀을 찍은 것이다. 이를 위해 전세계의 천체 물리학자들은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8군데에 위치한 전파 망원경 8개를 동원해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한국과 미국, 일본 등 21개 연구 기관에서 215여명의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블랙홀 촬영에 성공했다.
그럼, 이번 학기 ‘색깔의 인문학’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여기에 실린 블랙홀 사진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맺고자 한다. 어떠한가? 정말 경이롭지 아니한가?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능력 둘 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전공박람회, 53개 전공 1천여명 상담 진행
2
[보도] 학생생활관 1인 사생실 시범 운영
3
[보도] 해외 취업의 길잡이 ‘글로벌 주간’ 특강
4
[보도] 한강을 따라 인문학을 되짚어 보다
5
[보도] “자기 삶의 주체가 돼 방향성 잡아가야”
6
[보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25일, 명사특강 열려
7
[기획] 전공능력 중심 교육체계, ‘Hi FIVE’ 운영된다
8
[보도] 동아리들의 잔치 ‘클립 오락관’
9
[보도] 봉사시간 채우고 학점 받자 ‘자율형봉사인증’
10
[시사] ‘루나ㆍ테라’ 폭락… 무너지는 코인 시장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