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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최애 색깔이 녹색 코란 속의 낙원도 온통 초록색으로 묘사해이슬람 국가들의 국기 속 초록색은 정교일치 드러내는 척도 이슬람 세력 강했을 때 유럽에선 초록색을 악마 색으로 인식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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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06  14: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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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서남부에 위치한 도시 시라즈의 ‘샤 체라그’ 모스크의 내부 전경. ‘샤 체라그’는 ‘빛의 왕’이란 뜻이며 이곳에는 이란의 국교인 시아파의 성인들이 묻혀 있다. 모스크의 중앙 돔 내부를 장식한 온갖 종류의 유리와 거울, 보석들이 녹색 조명을 받아 초록색 빛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초록색의 나라 아일랜드와 성 패트릭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절대 순종한다’라는 뜻의 이슬람은 610년 무함마드가 창시한 종교로서 기독교, 불교, 힌두교와 함께 세계 4대 종교에 속하는 대상이다. 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약 13억 명이 믿는 종교로서 21억 명의 기독교(천주교 포함)에 이어 두 번째로 신자가 많으며 200여 지구촌 국가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을 위시해 무려 47개국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알라신을 믿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에서는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가 이슬람교를 주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런 이슬람 국가에선 초록색이 대단히 신성한 색깔로 받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를 살펴보면 셋 가운데 둘은 초록색을 사용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필자가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를 살펴보니 수평으로 된 삼색기를 지닌 국가 중에서는 이란과 레바논, 에티오피아가 맨 위쪽에, 타지키스탄과 요르단, 아제르바이잔, 니제르, 지부티, 리비아, 우즈베키스탄, 감비아는 맨 아래에, 모리타니는 가운데에 녹색이 있으며, 수직의 삼색기를 지닌 나라 가운데에서는 세네갈이 맨 왼쪽에, 아프가니스탄과 기니는 맨 오른쪽에 녹색을 배치하고 있었다. 한편, 이라크는 수평 삼색기의 가운데에 위치한 흰색 위에 초록 글씨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아랍어를, 시리아는 같은 형태의 국기 속에서 가운데에 녹색 별 두 개를 각각 새겨넣고 있으며 몰디브와 코모로는 사각형 국기 안에 또 다른 녹색 사각형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모로코는 빨간 바탕색의 한 가운데에 초록색 별이, 알제리와 말리는 수직으로 된 두 가지 색깔의 국기 왼쪽에, 부르키나파소는 수평으로 된 두 가지 색깔의 이색기 아래쪽에 녹색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삼색기나 이색기에 초록을 넣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국기의 바탕색을 초록으로 도배한 국가도 있다. 방글라데시와 투르크메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 그 대표적인 국가들로서 이들 가운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녹색 신앙심이 가장 깊다. 국기 전체가 온통 녹색으로 되어 있는 가운데 자그마한 흰 글씨로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라는 아랍어가 작지만 긴 흰 칼과 함께 국기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국가 가운데에서는 가장 엄격한 정교일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국기에서 차지하는 녹색의 비중이 정교일치의 척도로 작용한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이슬람 국가에서는 왜 초록색을 신성시할까? 이와 관련해서는 초록색을 창조와 에덴동산, 낙원과 부활, 나아가 선지자 무함마드와도 연관 짓는 문화를 꼽아볼 수 있다.

먼저, 녹색이 이슬람권에서 널리 사랑을 받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흰색과 함께 녹색을 가장 사랑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포교 활동을 하면서 이슬람 전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예언자 알키드르에 대해 초록 망토와 터번을 걸친 ‘푸른이’(The green one)로서 모세와 함께 여행을 하는 하느님의 사자로 묘사하고 있다. 무함마드의 설명을 빌리면 알키드르가 ‘푸른이’로 불린 이유는 그가 불모의 땅에 앉으면 머문 곳에 푸른 싹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녹색은 무함마드의 최애색으로 받아들여지며 종국에는 그의 의상을 장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종교학자들과 역사가들은 불모지인 사막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명이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열망을 초록색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했다고 해석한다. 메마르고 거친 중동 지역에서 녹색이야말로 천국과 낙원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색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종 전승 기록을 통해 전해지는 무함마드의 모습은 초록 터번을 비롯해 초록색 망토를 흰색과 함께 입고 있다. 무함마드는 특히 초록색 터번을 좋아했기에 그에게 영향을 받은 후계자들도 그를 모방해 초록색 터번을 착용했다. 실제로 터키의 서사시 ‘시레리네비’(Siyer I Nebi)의 한 장면을 묘사한 16세기 그림에서는 무함마드가 녹색 겉옷을 입고 있다. 그림에서 무함마드는 활활 타오르는 황금 불꽃의 한가운데 서 있는데 이슬람 세계에서는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흰 베일로 가려져 있다. 무함마드의 딸이자 알리의 아내인 파티마는 파란색 옷을 입고 무함마드의 왼쪽에 서 있는데, 무함마드처럼 얼굴을 흰 베일로 가리고 있고, 그 주위 또한 황금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한편,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는 자신의 출신 부족인 쿠라이시족의 전통에 따라 검은 옷을 입은 채, 초록색 터번을 두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세월이 흐르면서 초록색 터번은 메카에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식으로 자연스레 자리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초록에 대한 이슬람의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기독교,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십자군이 초록을 미워하게 됐다. 결국 중세 유럽에서 초록은 악마 또는 마귀와 관계 깊은 색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연극 무대에서는 초록색 분장을 한 사람들이 역겨운 최후를 맞이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모르긴 해도 셰익스피어의 녹색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여기에서 영향 받은 것이리라! 그리하여 초록색과 악마, 배신, 불운 등을 연관 짓는 경향은 19세기 초까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이어졌다.

그럼, 다음에는 이슬람의 초록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끝내고 그림 속의 녹색으로 화제를 옮겨 보겠다. 어느덧 3월도 중순이다. 모처럼 북적거리기 시작한 캠퍼스에서 봄날의 따스로움을 만끽하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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