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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이슬람의 낙원 ‘잔나’는 동산 아닌 녹색 정원 프랑스 인상파 화가 세잔은 ‘초록색의 달인’초록색 염료 얻기 위해서는 파란색에 노란색 염료를 첨가해야 해 인상파 화가로 고흐가 ‘노란색의 달인’이면 세잔은 ‘초록색의 달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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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13  12: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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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인 마르세유 인근에 있는 생트 빅투아르 산은 삼림으로 가득찬 평야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어 지역민들에게는 신성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림은 세잔이 그린 ‘생 빅투아르 산’ 연작(連作)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종류의 녹색들이 노란색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연출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이슬람에서의 초록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본 후, 회화 속의 초록으로 주제를 바꾸도록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성경에서의 낙원은 에덴동산이며 흔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된다. 반면, 코란에 나오는 낙원은 순교자들이 무함마드의 현신(現身)으로 여겨지는 초록색 새에 이끌려 도착하는 장소이다. 바로 ‘잔나’라는 곳으로 여기에 대한 코란의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다. 교인들이 영원히 늙지 않는 ‘잔나’에서는 모두 33세의 나이로 모습을 유지하는 가운데 온갖 과일을 먹으며 천수(天壽)를 누린다. 과실수에는 생과일과 건조된 과일이 쌍으로 달려 있으며 나뭇가지들은 아래로 늘어져 있어 따먹기에도 쉽다. 더군다나 나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말도 따르기에 더욱 가까이 내려오라고 명령하면 키 작은 이들의 손안에 과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무는 가지를 더욱 낮춘다. 과일을 따낸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과일이 열리므로 ‘잔나’에서는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물론, 과실수들의 이파리는 온통 초록색이며 알라신 또한 초록색 의복을 입고 있다. 이와 함께 낙원에서 교인들이 입는 가운이나 나무 사이에 흩어져 있는 비단 소파 또한 녹색이다. 나아가 ‘잔나’에서 사용되는 비단옷과 방석 또한 초록색이고.

재미있는 사실은 초록색이 이슬람에서 으뜸 상징색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 12세기부터라는 것. 즉, 무함마드가 포교 활동을 벌이던 8세기로부터 500여 년이 지나서야 녹색이 이슬람 문화권의 대표색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슬람의 시에서는 천상의 산인 ‘콰프’나 그 위로 펼쳐진 하늘, 아래로 흐르는 물이 녹색으로 묘사되기 시작한다. 그런 까닭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이슬람 사원들의 돔은 초록색이며 현대에 들어서는 국기마저 초록이 동원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무함마드가 후계를 세우지 않고 죽은 뒤 이슬람 공동체가 분열되면서 상징색 역시, 분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4대 칼리파인 알리가 암살당하고, 이슬람은 알리를 정통 칼리파로 보는 시아파와 공동체 합의로 칼리파를 선출하려는 수니파로 분열된다. 참고로 ‘칼리파’란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의 최고 지도자로서 동시에 최고의 종교 권위자이기도 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가톨릭의 교황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그리하여 시아파는 심판의 날에 구세주 마흐디가 동쪽에서 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메카로 올 때 새까만 깃발을 휘날리며 온다는 믿음으로 검은색이 메시아를 상징한다며 검은색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시아파들은 검은 옷과 검은 터번을 입고 씀으로써 자신이 시아파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그런 까닭에 시이파에 영향 받은 그림에서 무함마드와 그의 후계자들은 종종 검은색 옷과 터번을 입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16세기 터키의 한 세밀화에서는 얼굴을 흰 베일로 가린 무함마드가 검은 옷과 터번을 착용하고 있으며, 그의 사후 4대까지 이어진 정통 칼리파들 역시 짙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쨌든 초록색이 이슬람에 있어 낙원을 상징한 까닭에 중세 서구 유럽에서의 초록색에 대한 대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르네상스 이후부터 서구 문명이 본격적으로 발흥하기 시작하면서 회화를 중심으로 초록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초록색 염료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색깔의 인문학’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인류가 연지벌레를 통해 빨간색을 얻고, 대청을 통해 파란색을 추출하며, 소 오줌과 꽃을 통해 노란색을 생산하는 방법을 접한 바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연에서 염색도 잘되고 빛이 바래지 않는 초록색을 얻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초록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파란색에 노란색 염료를 첨가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영국에서는 대청으로 염색한 양모를 ‘목서초’라 불리는 노란 염료로 다시 염색하는 2단계를 거쳐 초록색 양모를 생산했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초록색은 곧 화폭에도 옮겨지기 시작하며 많은 화가들의 실험과 간택을 받았다. 그 가운데에서 초록을 가장 심도 있게 받아들인 화가가 바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폴 세잔이었다. 그의 인상파 동료였던 고흐가 노란색에 꽂혔다면 세잔은 초록색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초록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초록색을 도입하고 있으며 유명한 ‘수욕(水浴)’ 시리즈에서는 초록 잎의 나무가 양측에서 사람의 몸을 가리고 있다. 이와 함께 ‘에쿠스 근처의 큰 소나무’는 화면 가득히 소나무가 그려져 그림 전체가 초록색의 인상을 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초록색의 끝판왕은 세잔의 걸작으로 꼽히는 ‘생트 빅투아르 산’ 시리즈이다. 초록색의 교향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초록 색조와 그 조화가 아름다운 ‘생트 빅투아르 산’ 시리즈는 유화만 해도 40점에 달하는 군집을 이루고 있다. 세잔은 만년에는 이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생트 빅투아르 산 가까이에 이층집 아틀리에를 지었을 정도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회화 속의 초록색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어느새 개강 3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모두 봄의 따스함을 만끽하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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